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했지만 권한대행 체제로 조속 대응 한계 무역 협상·방위비 묶어 원패키지 협상 재차 시사해 부담 더 높아져 "골든타임 놓칠 수 없는 만큼 결정은 미루되 물밑 협상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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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9일(현 시간) 새 국면을 맞았다. 중국을 제외한 한국 등 모든 대상국에 대한 상호관세 발효를 90일간 전격 유예했다. 미국이 관세전쟁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면서 한국으로선 협상 시간을 벌게 됐지만 본격 협상은 차기 정부에서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정부가 잇단 방미에도 실질적 통상 대응에는 구멍을 드러낸 데다,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과 '패키지'로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시사해 차기 정부는 출범 즉시 짊어질 부담이 커지게 됐다.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율도 25%에서 기본관세율인 10%로 줄어든다. 다만 중국 대상 세율은 125%로 뛰었다. 미국을 상대로 맞불 관세를 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간 강 대 강 무역전쟁이 악화일로 양상이다.이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 D.C.의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우리는 아마 동맹들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그들은 좋은 군사동맹이었지만 완벽한 경제동맹은 아니었다"며 "그들과 협상을 체결한 뒤 단체로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맹과 먼저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공동으로 중국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한국으로서는 일시적으로나마 협상 시간을 확보한 셈이 됐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 파면 이후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협상에 나서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사실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한미 간 정상 외교는 사실상 실종돼 지난 8일에서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78일 만에 성사된 한미 정상 간 통화다. 이날 통화에서 한 총리는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무역협력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인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성사로 사실상 양국 간 무역 협상이 본격 시작됐고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급파돼 관세율 인하를 최우선 목표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협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 패키지', '원스톱 쇼핑'을 재차 강조하며 무역 협상과 방위비 문제를 일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시사하고 있어서다.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당시 주장한 한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100억달러로 이는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타결한 내년 방위비 분담금의 9배가 넘어서는 규모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경제와 산업 뿐 아니라 안보까지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만큼 협상에 속도가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등을 묶은 패키지딜을 이야기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는 이미 바이든 정부 당시 2030년까지 스케쥴을 합의했음에도 무효화하고 10배 가까이 높여달라고 하는 상황이어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전문가들은 협상은 이어가되 섣부른 결정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강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의 두달여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되는 만큼 조선업, 알래스카 LNG, 농산물 분야, 미국 투자 확대 등에 대한 협상은 이어나가야 한다"며 "한국이 과도기적 정부라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고려는 하겠지만 섣불리 결정권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위비 부담금, 알래스카 LNG 등은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어서 현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결정하거나 약속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책임을 질 수 있는 차기 정부로 넘기되 현 경제팀이 물밑 협성을 계속적으로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