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기계장비’, 4월 6.44% 상승 … ‘KRX 300 산업재’ 5%↑한화에어로·HD현대미포 등 줄강세 … 국내 ETF 시장서도 두각“트럼프 행정부 관세 영향 제한적 …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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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의 혼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방산주들은 관세 정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미국 조선업 재건·국제 해운업계 첫 탄소세 시행 등의 호재가 더해지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40분 기준 HD현대미포는 전장(13만2100원)보다 0.15% 상승한 13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 관련주인 삼성중공업도 0.07% 강보합세인 반면 HJ중공업(-3.15%), 한화오션(-1.00%), HD현대중공업(-0.72%), HD한국조선해양(-0.44%) 등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강세 흐름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일부 출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간 방산주에서는 SNT모티브(4.68%), 현대위아(4.27%), 코츠테크놀로지(2.37%), 현대로템(1.25%), 한화시스템(0.91%) 등이 올랐고 LIG넥스원(-2.31%),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7%), 한화(-0.69%), 한국항공우주(-0.39%) 등은 하락 중이다.

    다만, 앞서 이들 종목은 트럼프 대통령발(發) 관세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된 이달부터 강세장을 펼쳐왔다. 국내 주요 조선주들이 포함된 ‘KRX 기계장비’ 지수와 방산주들을 편입한 ‘KRX 300 산업재’ 지수는 4월 들어 14일까지 각각 6.44%, 5.09% 상승했다. 이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수익률 기준 상위 2위, 6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주요 조선·방산주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6.32%나 급등했고 ▲HD현대미포(25.33%) ▲HD현대중공업(24.55%) ▲한화시스템(20.09%) ▲한화오션(19.37%) ▲LIG넥스원(13.31%) ▲HD한국조선해양(12.44%) 등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7.20%), 한국항공우주(2.93%) 등이 동반 상승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이들 종목과 관련한 상품들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조선업 관련 종목 중 최근 일주일간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조선TOP10’(16.01%) ▲신한자산운용 ‘SOL 조선TOP3플러스’(15.21%)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조선해운’(14.66%) 등이 두각을 드러냈고 방산 관련 종목 가운데에서는 ▲‘SOL K방산’(13.36%) ▲한화자산운용 ‘한화그룹주’(13.24%) ▲‘PLUS K방산’(12.81%) ▲‘TIGER K방산&우주’(12.46%) 등이 높은 수익률을 냈다.

    조선·방산업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습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방위산업의 트럼프 행정부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국내 조선사의 직접적인 미국 수출은 5% 이하로 조선업이 없는 미국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방산의 경우 미국의 관세 압박이 안보 위협과 연결돼 군비 증가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업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국제사해기구(IMO)의 탄소세 도입 등이 호재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해외 선박 구매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동안에는 배를 아주 잘 만드는 국가들과 거래하게 될 것이며 상당히 짧은 기간 내 해당 국가들에 최신식 선박을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반경쟁적 조선업 활동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한국 조선사들은 상선 건조 능력 확충을 통해 탱커, 컨테이너선, 완성차해상운송(PCC) 부문에서 중국 중심의 시장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7~11일 열린 IMO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차 회의에서는 선박의 온실가스(GHG) 배출량에 대한 가격이 결정됐다. 향후 총톤수(GT) 5000톤 이상의 선박은 기준을 초과해 배출하는 GHG에 대해 톤당 100~380달러를 부담하게 된다. 2023년 7월 MEPC 80차 회의에서 중장기 GHG 배출량 감축 목표가 강화돼 제시된 이래 근 2년여 만에 이를 지키기 위한 경제적인 조치가 처음 정해진 것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USTR의 중국 조선업 제재조치가 가시화되며 중국 조선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등록된 전 세계 선박 97%의 규제를 관장하는 IMO의 이번 조치는 한국 조선업 밸류체인에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선사의 경우 당연히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선박 발주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LPG운반선은 일반선 대비 약 20%의 가격 프리미엄을 받았는데, 선가 상승분의 대부분은 엔진 가격 상승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 증대를 압박하면서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무기 수요 증가에 따른 낙수 효과와 중동·아태 시장의 새로운 기회도 도래 중인 점도 방산업에 긍정적”이라며 “한국 방산의 멀티플은 미국 방산을 따라가다 유럽 방산 멀티플을 쫓아가기 시작했으며 이를 증명할 수주가 필요한데, 파이프라인은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