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훈풍에 코스피 2500대 회복시장 달래기 나선 트럼프 "파월 경질 없다"…미·중 전쟁도 완화 조짐간밤 뉴욕 증시 3대지수 일제히 반등…M7 급등세美 국채시장 매도세 진정…달러화도 강세패닉셀 진정세에도 관세 여파에 경기 둔화 우려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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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널뛰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시장의 우려를 키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때리기와 미·중 관세 전쟁 압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완화 발언이 나오면서다. 미국 뉴욕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현상이 일부 되돌려진 가운데 코스피도 모처럼 2500대를 탈환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486.64) 대비 38.92포인트(1.57%) 오른 2525.56으로 거래를 마쳤다.지수는 전장보다 33.92포인트(1.36%) 오른 2520.56으로 출발해 장 중 1%대 강세를 유지했다.코스피가 2500대를 회복한 건 3주 만이다.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지난 2일(종가 2505.86) 이후 한 때 2200대까지 밀리는 등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02억원, 75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1168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견인했다. 거래량은 5억2994만주, 거래대금은 7조6712억원으로 집계됐다.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0.84%),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3%)를 제외한 삼성전자(1.27%), SK하이닉스(4.14%), LG에너지솔루션(5.12%), 현대차(2.37%), 삼성전자우(0.77%), 기아(3.69%), 셀트리온(1.46%), KB금융(1.92%) 등은 상승 마감했다.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02원 내린 1424.20원에 거래되고 있다.최근 약세를 보여온 국내 증시가 모처럼 2500대를 탈환한 건 간밤 미국에서 불어온 훈풍 영향이다.간밤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글로벌 양대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일제히 2% 넘게 급등했다.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6.57포인트(2.66%) 상승한 3만9186.9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9.56포인트(2.51%) 오른 5287.7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29.52포인트(2.71%) 뛴 1만6300.42에 거래를 마쳤다.전날 급락했던 매그니피센트7(M7)는 하루 만에 급등했다. 테슬라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4.6% 뛰었다. 애플은 3.41%, 엔비디아는 2.04% 상승했다. 알리바바 그룹과 바이두는 각각 5.23%, 2.51% 올랐다.미·중 관세 전쟁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완화될 것이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의 발언이 얼어붙었던 투심을 녹였다.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선트는 이날 JP모건체이스가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회의에서 중국과 관세 갈등이 지금처럼 지속되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다며 결국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양국 간 협상이 "힘들 것"이라면서도 "(양쪽 모두) 현 상태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을 해고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계획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스터 투 레이트(의사 결정이 매번 늦어진다는 뜻으로 파월 의장을 의미)’이자 중대 실패자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글을 쓴 지 하루 만이다.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격에 이어 파월 의장을 향해 거듭 금리 인하를 압박한 영향으로 미국 주식·국채·달러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자 한 발 물러섰다고 해석한다.투자자들이 세계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와 달러까지 팔아치우며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에 나선 양상을 멈추기 위해 미국 정부가 시장을 달래고 있다는 평가다.포렉스라이브의 애덤 버튼 수석 애널리스트는 "백악관에 긴장 완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이에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5bp(1bp=0.01%p) 내린 4.391%에 마감했다. 30년물 금리는 4.881%로 3bp 하락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809%로 전 거래일(3.752%)보다 소폭 올랐다.전일 2022년 2월 이후 처음으로 60bp를 웃돌았던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59.4bp로 좁혀졌다. 이는 최근 장단기 스프레드가 너무 빠르게 벌어졌다는 인식 속에 나타난 되돌림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미 달러화도 전날의 급락을 일부 만회하며 반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98.937까지 반등하며 전일 기록한 97.923(2022년 3월 이후 최저치)에서 회복세를 보였다.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달래기 발언에 주요 자산에 대한 '패닉셀'이 진정세를 보이곤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무역정책을 더 잘 이해하게 될 때까지 변동성 확대와 자산 가격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IMF는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 여파로 올해와 내년 미국과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종전 대비 0.5%포인트 하향한 2.8%로 예상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올해 1.8%로 예상해 종전 대비 0.9%포인트 낮췄다.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위협 여파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off the charts)"고 평가했다.그는 "우리가 (무역 긴장 해소에) 실패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지속된다면 관세 문제는 장기화 되고 세계 성장률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