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이견 … 골든타임 촉박한데 차기 정부로 넘어가中기업, 정부 지원 등에 업고 R&D투자 중심 우뚝 … 美와 나란히반도체 등 첨단산업 넘어 조선·철강·방산 등 'K산업특별법' 확대 절실
-
-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 역성장의 어두운 공포가 이제 한국경제의 엄연한 현실이 됐다.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은 우리 경제가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한국 경제가 '혹한의 계절'에 빠져 들었다는 뜻이다.물론 우리 경제가 이런 상황에 빠져든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탄핵의 후폭풍도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몰아치는 관세 전쟁의 여파도 적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한국경제의 장래를 의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지난 반세기 넘게 한국의 고도 성장을 이끌어온 주력 기업들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모지에서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을 만든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모든 기업들에 적신호가 켜졌고, 일부 기업은 생존 자체를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래서 기업들이 지난 몇 년동안 정치권에 부탁하고 또 부탁한 것이 바로 '주력산업 특별법'이다. 언뜻 보기에 특혜로 비쳐질지 몰라도, 설령 특혜라 할지라도 주력기업을 살리기 위해 비상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기업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치권은 이런 외침을 외면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들의 가슴을 후빌 정도로 특별법을 뿌리쳐 왔다.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한 때 '주 52시간 예외'를 해달라는 반도체 기업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모습을 살짝 비추더니 이내 꼬리를 내렸다. 최근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52시간이 빠진 말그대로 '반쪽'이다.그나마 패스트트랙이라는 문맥상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처럼 보이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심사(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최장 330일이 걸린다.지난해 7월 3일 발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이다.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논의가 중단된 후 본격적인 대선을 앞둔 지금이 법안 처리의 적기라는 평가지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합의가 불발되며 사실상 차기정부로 처리 시기가 미뤄진 셈이다.이번 특별법은 단순 반도체 관련 업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제2, 제3의 'K산업특별법'으로 이어질 교두보 역할로서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국가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를 넘어 최근 미중 관계의 한 축으로 평가 받고 있는 K조선, K철강, K방산 등도 특별법에 목마르다.위기를 기회로 바꿀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이다.게다가 중국의 변화를 보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세계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10년 새 글로벌 R&D 중심축은 G2(미국·중국) 쏠림이 극명하다.미국은 기업수와 투자액에서 10년간 1위를 유지중이다. 2013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 업체는 668개다. 10년 후인 2023년 13개 회사가 늘어난 681개사로 집계 됐다. 투자액 역시 같은 기간 1910억유로(1600원 기준 한화 약 305조)에서 5319억유로(약851조)로 2.8배 늘었다.가장 눈의 띄는 것은 중국이다.2013년 119개에서 524개로 10년 새 405개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린다. 투자액 역시 188억유로(약 30조)에서 2158억유로(약 345조)로 11.5배나 폭증한다.중국 기업들의 압도적인 성장세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같은 기간 일본(320→185), 독일(123→106), 영국(118→63), 대만(75→55), 프랑스(78→50), 한국(54→40), 스위스(53→39) 등 10위권 국가 대부분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부동의 1위 미국과 급성장한 중국의 2000대 기업 수는 총 1205개사로 전체 60.3%를 차지하고, R&D 투자액 역시 7477억유로(약 1200조)로 60%에 육박한다.말 그대로 '기술의 쏠림'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모든 걸 걸었다.기초기술 R&D 강화는 물론, 반도체 대기금(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 배터리 보조금 등 대규모 투자자금 및 R&D 지원 뿐만이 아니다. 각종 세금감면 등 세제지원, 규제완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정부와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K산업특별법'으로 확산해야 하는 이유다.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말은 故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강조하며 한 말로 원조는 철강이라고 할 수 있다.철강을 산업의 쌀이라고 한 이유는 건축물, 교량은 물론, 자동차, 방산, 조선에서 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분야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무역 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규제가 들어가는 분야이기도 하다.특히 미국은 군함 등 자국 무기 조달시 원가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산 부품이나 소재를 충당토록 하는데, 이는 철강 산업을 비롯한 소재 부품 산업이 국가 방위에 직결된다.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소재부문도 제조업 전반과 연결된다. 경쟁력을 잃었다고 해서 무조건 철수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해 줘야 향후 뒷탈이 없다.기간산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전반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특별법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넘어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최첨단산업으로 변모하는 K조선과 K방산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민주당은 우리 주력기업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면, 윤석열 정부의 탓이라고 비판할 게 뻔하지만, 그런 면피조차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우리 기업들은 지금 심각하다.이제 특별법은 단순히 기업들의 요청 사항이 아니다. 혹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한국경제가 봄 햇살을 보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자양분이 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입법권을 쥐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는 기업들에게 자양분을 줄 것인가 뺏을 것인가. 한국경제가 특정인에게 의존하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각별히 당부한다."다른 모든 곳에서 위장 우클릭을 하더라도, 특별법 만은 제대로 하세요." -
- ▲ 세계 R&D투자 20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40개사 ⓒ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