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육박 원·달러 환율 1300원대연휴 전후 널뛰는 변동성에 직격탄 맞아고환율 수혜 누린 조선·자동차 전략 수정선물환 계약·통화 스왑 등 헤지 노력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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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환율 급등락은 기업 경영에 불안감을 조성, 수출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저마다 환헤지를 통한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3달러 내린 13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야간거래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391.5원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날 며칠 만에 추가로 하락하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서 1300원대로 급락 … 기업 '혼란 가중'

    원·달러는 지난해 비상계엄 후 국무총리 탄핵 등에 1450원대를 넘나들다 올해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의 불확실성에 1500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가능성이 대두됐고, 미국과 환세 협상 중인 대만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의 변동성 역시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달까지는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됐다. 이러한 가운데 철강,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항공 등 원유 및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종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환차손까지 감내해야 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이들 업종은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며 우선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해외에서 달러로 구매하는 정유사는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피하를 본다. 환율 하락은 환차손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어 분명한 호재이나, 현재의 환율 등락을 보면 환율이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추이를 보며 환 헤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환율 기조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기계, 방산, 자동차, 타이어 업계도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이들 업종은 1분기 고환율 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거나 선방한 성적표를 내놨다. 그러나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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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3사의 경우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에 가까운 환 헤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통상적으로 환율 헤지 비중을 50%로 가져갔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가면서 75%로 확대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60% 플러스 알파’로 설정하고 있다”고 했다.

    환율 급등락 당분간 지속 전망 … 기업별 대응 '분주'

    미국과 주요국 간 상호관세 협상 진전 및 국내 변수에 따라 당분간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환율은 미·중 관세 협상 진전 기대로 다소 하락했지만,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한동안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며 “환율이 내려올 만큼 다 내려왔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미-중 협상이 잘되는 분위기지만 환율 변동이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환 헤지를 통해 환율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 헤지는 선물환 계약, 통화 스왑, 옵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활용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환율의 급등락에 따른 업종별, 기업별 영향이 제각각인 만큼 기업의 환 헤지 능력이 희비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 등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활용한 자연 헤지와 금융 헤지를 병행 중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 스왑 계약을 늘리며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SK이노베이션은 원유 구매계약의 상당수를 선물환으로 헤지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해 상품 선물 계약을 병행하는 등 적극적인 환 헤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선물환 계약, 통화 스왑, 헤지 비율 조정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환율 리스크에 대응 중인 반면 중소기업은 자금, 전문인력, 정보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환 헤지에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은행 지원과 환 변동 보험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불확실성 속에서 환 헤지 실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기업은 헤지 비율을 유연히 조정하고 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응이 여의치 않은 기업은 KOTRA, 중소기업중앙회, 수출입은행 등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