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차, 2030년 중반 이후 체계 개발 목표현대차 디자인센터와 기동 무기 최초 디자인 적용폴란드 거점 활용해 방산 수출 골든타임 살려야
  •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K-방산’이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품질 경쟁력에 납기 준수가 뛰어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재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통해 K-방산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방산의 주역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5개사 현장을 찾아 이들의 진가(眞價)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김성호 미래기술연구센터장과 미래전 기술 개발에 대해 인터뷰했다. ⓒ현대로템
    ▲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김성호 미래기술연구센터장과 미래전 기술 개발에 대해 인터뷰했다. ⓒ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의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동화는 2030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고 차세대 전차의 경우 2030년 중반 이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2일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만난 김성호 미래기술연구센터장은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미래전 기술 개발 현황과 연구 방향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김성호 센터장은 “K1 전차는 승무원이 4명이고, K2는 승무원이 3명"이라며 "차세대 전차는 포탑에 사람이 없고 내부에서 전차 밖 상황을 360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전차를 기동·사격할 수 있어 승무원을 2명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소규모 인력으로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현대로템은 K2 흑표 전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 전차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전차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전차는 무인 포탑, 수소 연료전지 기반 추진 시스템, 130mm 활강포, AI 기반 사격통제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김성호 센터장이 이끌고 있는 미래기술연구센터는 차세대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의 체계 개발을 위해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체계개발은 개발의 핵심 단계로 실제로 양산할 장비의 상세설계를 하고 체계 시제품을 제작하는 단계다.

    김 센터장은 “능동 방어 체계는 거의 현존 전력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대드론 체계나 드론 재머 시스템도 같이 개발하고 있는데 (무인포탑에 장착될) 핵심 임무 장비의 경우도 2026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미래 전장에 새롭게 등장한 위협에 맞춰 승무원의 생존성 보장, 첨단화에 집중해 최종적으로 무인화 단계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개발되는 전차는 직접적인 방어를 위한 기본장갑 뿐만 아니라 RCWS(원격사격통제체제), 대드론 APS(능동방호체계), 재머 등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해 다양한 무인 방어 능력을 갖추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기동 무기에 많은 무인 체계를 적용해 실제 전쟁에 투입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사도 무인화에 대한 니즈를 반영해 포탑 무인화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회사의 기술 개발 방향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초반에는 전차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전황이 ‘전차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는 교훈을 얻었다”라며 “드론 등과 같은 비선형 위협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전차에 적용할 여러 가지 방호능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 차세대 스텔스 전차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탑재와 360도 상황인식 및 원격무인화 시스템 등을 갖췄다. ⓒ현대로템
    ▲ 차세대 스텔스 전차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탑재와 360도 상황인식 및 원격무인화 시스템 등을 갖췄다.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1984년 최초의 한국형 전차를 개발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후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무기 체계에 접목하며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중 미래기술연구센터는 차세대 전차와 장갑차 전동화 및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무인 포탑 등 여러 가지 핵심 임무장비 등을 개발하며 최신 기술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2003년 현대로템에 입사한 김 센터장은 당시 차기 전차였던 K2 개발부터 현재 차세대 전차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전차 연구에 몸담아온 베테랑 연구원이다.

    김 센터장은 체계 업체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지상 무기 체계는 업체 주관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과거와 달리 전장 환경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수요를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정부 주도 사업이 많았지만 최근 지상 무기 체계 개발은 업체가 정부 주도 사업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2003년 차륜형장갑차 자체 개발을 시작해 500대가 넘는 물량을 육군에 인도했으며 장애물 개척 전차 사업도 업체 주도로 진행하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차세대 전차의 스텔스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그룹 디자인센터와 협업한 사례를 들며, 이를 회사의 체계 개발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기능과 성능이 베이스된 상태에 수려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디자인을 차세대 전차에 반영했다"며 "기동 무기 체계 최초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반영한 사례로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전차는 미래 전장 환경을 고려해 스텔스 형상을 차체 및 포탑에 구현했으며 곤충의 몸통 구조와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은 '생체모방' 디자인을 담은 것이 특징으로 지난달 특허청에 공식 등록을 마쳤다.
  • ▲ 폴란드에 수출된 K2 전차 ⓒ현대로템
    ▲ 폴란드에 수출된 K2 전차 ⓒ현대로템
    더불어 김 센터장은 유례없는 K-방산의 호황이 현대로템의 전차를 해외에 적극 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K-방산이면 결국은 수출이고, 전 세계적으로 전차를 필요한 시점에 납품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는 대한민국의 현대로템이 유일무이 하다”라며 “폴란드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 인접 국가의 유지 보수 측면이나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도 유리해졌다”라고 자존감을 드러냈다.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1차 계약 물량은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2차 계약부터 전차를 ‘직접 구입·현지 생산’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가 자국 내 무기 체계 생산을 원하면서 2차 계약은 현지에서 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설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유럽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고 주변국으로 체계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K2 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가성비와 납품 속도가 절대적이다. 독일 레오파드사의 전차는 K2 전차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계약 후 약 5개월 만에 초도 물량을 납품할 수 있는 현대로템과 달리 납품에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독일 의존도가 높았던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화하며 그동안 수출에 제한됐던 중동 지역에 수출 가능성을 높인 부분도 회사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