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서비스센터 9개·부평공장 일부 매각사 측 "지속가능성 확보 … 철수 연관 없어"서비스 품질 저하 … 연관 근로자 14만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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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에서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왼쪽 두 번째)와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 총괄 부사장(왼쪽 첫 번째)이 김영식 창원공장 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GM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핵심 자산 매각을 결정하면서 직원들과 고객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다.한국GM은 자산 매각이 한국 법인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그간 제기됐던 '한국 철수'의 수순을 밟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전일 전 직원에게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전국의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매각 대상은 서울, 동서울, 원주, 인천, 대전, 광주, 전주, 부산, 창원 등에 위치한 직영 서비스센터다.한국GM은 이들 센터를 매각하고, 기존의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사후관리 등 고객 서비스를 지속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직영 센터 직원은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부평공장의 일부 시설과 토지도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평공장 안엔 물류창고·연구소·부품조립 작업장 등 여러 시설이 있는데, 현재 사용하지 않거나 활용도가 미비한 곳이 대상이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이 정해지진 않았다.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 및 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의 합리화는 회사 지속가능성 유지에 핵심적"이라며 "차량 생산 프로그램은 수년간 지속될 예정이고, 이번 결정은 비즈니스 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철수설에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 관세 및 한국 철수와는 전혀 무방한 결정"이라며 "비즈니스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철수를 위한 단계로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그간 업계에선 한국GM의 철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적이었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듬해 약 1조3502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조35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매출도 약 4.7% 늘었다.특히 한국GM은 철수설에 대해 여러 차례 '루머'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돌연 핵심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철수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직관적으로 봤을 때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협력 정비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건 구조조정과 철수 절차라고 해석할 수 있다"라며 "확실한 건 내수 시장의 비중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시 무엇보다 애프터서비스(A/S) 공급망 네트워크 및 능력이 현저히 상실되는 것"이라며 "기존 소비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고객 입장에선 언뜻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 GM 한국사업장 부평 2공장 ⓒ연합뉴스
특히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이 모그룹인 GM이 미국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 철수설에 힘을 싣고 있다.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 달러(1조2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GM은 이에 앞서 전기차 구동장치 생산을 위해 토나완다 공장에 3억 달러(4125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및 친환경차 후퇴 기조와 더불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따른 전동화 속도 조절에 따라 사업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GM은 사업계획 조정으로 투자나 해외사업에서 발을 뺀 사례가 많다.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하자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랜싱에 설립 중이었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예다.해외 생산기지에서 비용 증감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철수를 결정한 적도 드물지 않다. GM은 지난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특히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 전 노동조합에 공지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GM이 이번 결정을 노사 간 임금교섭 과정에서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외부에 발표하면서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라며 "직원과 노조를 대상으로 회사가 힘드니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근로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국GM 협력사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 2차와 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약 3000곳에 달하고, 연관 근로자는 1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협력 업체들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이러한 사측의 행태는 7000여 조합원을 무시하는 행위로, 2025년 임금협상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회사가 반드시 후회하도록 교섭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책임에 관해 증명해 보이겠다"라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