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해 1.4조 증액…건설업계 "최소 3조이상 필요"공공공사 '역마진' 현실화…배임우려에 증액협상 난항작년 기술형입찰 71% 유찰…가덕도신공항 등 공회전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정부가 위축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조4000억원 늘리고 연내 조기집행을 예고했다. 공공일감을 늘려 수주절벽과 유동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지만 업계 기대감은 크지 않다. 치솟은 공사비에 공공공사 수익성이 바닥을 기면서 앞서 추진됐던 대형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공사비 현실화 방안이 선행되지 않은 SOC 투자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된 1조4000억원은 호남 고속철도 등 국가기간망 공사와 국립대·병영시설 개보수, 공공청사 건립 등에 사용된다. SOC 관련예산을 늘려 공공공사 신규발주를 늘리고 기존에 진행중인 공사 준공을 앞당긴다는게 정부 목표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SOC 예산으로 직전년대비 1조원 감소한 25조4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선 애초에 배정된 SOC 예산이 충분치 않은데다 공사비까지 폭증해 이번 추경예산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대한건설협회 등은 올해 3조원 규모 SOC 추경예산 편성과 내년 SOC 예산 30조원 편성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증액된 1조4000억원은 건설업계 요구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도 업계 기대감을 낮추는 원인이다.

    공공공사 경우 사업비가 민간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이로 인해 수익성 자체는 크지 않지만 민간사업보다 공사 진행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후속 연계수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중견건설사나 지역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인식됐다.

    하지만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역마진'이 현실화됐고 공사비 증액 시도마저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처에 의해 줄줄이 막히면서 건설업계내 공공공사 기피현상이 심화됐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측면에선 차라리 협상 여지가 있는 재건축 등 민간 도급사업이 낫다"며 "공공 발주처는 배임 우려 탓에 공사비 증액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라 협상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공공기관이 물가변동을 감안해 공사비를 늘려도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감사원 입장이 나왔지만 지방공사 등은 여전히 증액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리면서 아예 첫삽조차 뜨지 못하는 공공공사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사업비 300억원이상 대형 공공공사 10건중 7건이 제때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됐다.

    건설협회 조사결과 지난해 대형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기술형입찰 유찰률은 71.0%에 달했다. 2022년 64.3%에서 2년만에 6.7%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총사업비 10조5300억원 규모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4차례 유찰을 겪은 후 지난해 10월에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공사기간 24개월 연장과 공사비 1조원 증액을 요구했고 국토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 당초 목표인 2029년말 개항이 어려워졌다.

    그외 총사업비가 2조원을 웃도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도 참여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한곳도 없어 결국 유찰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사업도 시공사들이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하나둘 손을 떼면서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연일 뛰고 있어 하반기에도 공사비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며 "코디네이터를 통해 공사비를 중재하는 방안도 법적구속력이 없어 현장에서의 체감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SOC 부문은 그간 건설공사비 상승분만 반영하더라도 최소 5조원이상 추경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설시장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보다는 지방, 대형사보다는 중소건설업체가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