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장 셧다운·인력 전환 배치에 노조 반발공장 돌릴수록 적자 … 사측 "생존 위한 선택"임원 급여 20% 삭감·중기사업부 매각 등 강수내달 임단협 … 노조 대승적 결단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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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 결정에 노조가 강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내달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사와 원만한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철강 업황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노조의 대승적 결단 없이는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이달 13일부터 ‘구조조정 저지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투쟁을 알렸고, 이후 포항시청 앞과 포항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고용불안 해소와 명확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노조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포항공장은 축소하면서 미국에는 수조원을 투자해 제철소를 짓고 있다”며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포항시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근로자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정치권도 이 사태에 가세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남·울릉군 지역위원회(위원장 박희정)는 15일 성명을 통해 “현대제철의 일방적인 휴업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며는 “이번 휴업은 포항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현대제철의 형강류와 특수강 봉강 등을 생산하는 포항 2공장의 경우 건설 경기 침체로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달 약 56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이미 포항 2공장 폐쇄를 검토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2조 2교대로 축소 운영해오다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무기한 휴업이라는 강수를 뒀다.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휴업과 함께 포항 1공장에서 운영 중인 중기 사업부(굴삭기 무한궤도 생산)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현재 대주KC그룹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 10월 최종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중기 사업부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다.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인력 일부를 포항 1공장과 충남 당진제철소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조는 “포항에 생활 기반을 둔 근로자들에게 당진공장 전환 배치는 사실상의 해고”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현대제철 노사는 다음 달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임단협 시작도 전부터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현대제철 노사는 7개월간 파행을 겪은 끝에 올 초에야 힘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당시 사측은 직장 폐쇄를, 노조는 규탄 집회로 맞서는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철강 업황 불황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유입과 제품가격 하락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와 생산량 조절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미국의 관세 폭탄과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물류비 상승 문제는 대응책을 찾기 쉽지 않아서다.철강업계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현대제철의 경영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23년 대비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80%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458억원의 손실을 낸 현대제철은 올 1분기에도 1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적자 폭 확대와 시장 경쟁력 상실로 사측의 타협 여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철강 업황의 장기 불황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노사가 상호 양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