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6억' 상한 제한 … 다주택자 대출 봉쇄실수요자도 규제 예외 아냐 … 전입 의무·생활자금도 제한6억 한도에 실거주도 막막 … 중산층 이하 주거 선택지 급격히 위축은행권, 비대면 주담대 신청 접수 중단 … 시장 충격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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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대출의 '총량+조건+목적'을 모두 조이는 전례 없는 초강도 규제다.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정부는 지난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금융정책이며, 당장은 세금이나 공급이 아닌 '핀셋형 금융규제'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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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대출 원천봉쇄 … 전입의무 등 실수요자도 예외 아냐이번 대책의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일괄 제한한 것이다. 기존에는 고가 주택에 대한 부분적 규제만 있었으나, 대출액 자체를 일괄 제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는 전면 금지,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무주택자 역시 지역별 LTV(담보인정비율)를 적용받아 비규제지역 70%, 규제지역 50%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만기도 최대 30년으로 일괄 제한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차단한다.갭투자 차단을 위해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부과된다. 실거주 목적 외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생활자금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는 1주택자 기준 1억 원으로 제한되며, 다주택자는 아예 해당 대출이 불가능하다.정책금융 문턱도 높아졌다.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대상 디딤돌·버팀목 대출 한도가 4000만~1억 원 가량 줄어들고, 보금자리론 등의 LTV도 80%에서 70%로 낮아진다. 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축소된다.이번 대책은 금융규제에 집중된 '핀셋 대책'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부들과 구별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와 달리 보유세·양도세 인상 등 세금 규제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신도시 정책도 배제됐다. 정부는 현재 시장 과열이 '일시적'이라는 인식 하에 공급책은 당장의 수요 조절책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역시 "신도시와 같은 단기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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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무주택자 주거 사다리 막힌다" … "저출산 대책 역행" 지적도이번 규제가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주담대 한도를 일괄적으로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중산층 이하의 주거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졌다는 평가다. 실거주 목적이라 하더라도 까다로운 대출 요건이 적용되면서, 이들의 선택지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실제로 같은 조건에서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서 체감되는 제약은 더 커질 전망이다.금융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 1억 원인 차주가 10억 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최대 6억98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6억원으로 9800만 원(약 14.1%) 줄어든다.연소득 2억원 차주는 20억 원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기존 13억9600만 원에서 6억 원으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며, 7억9600만 원(약 57%)이 줄어든다.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주담대 한도 6억원으로 단순계산하면 서울 등 규제지역은 LTV 50% 적용시 최대 12억원이상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실수요자와 무주택청년, 저소득층은 주택 접근성이 악화돼 피해를 보게 되고 대출 없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자산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게다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 대출 한도까지 축소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수도권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안양·광명 등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자금 확보가 막히면서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전세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버팀목대출 한도가 최대 6000만원 줄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낮아져 보증금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무주택 서민 입장에선 매매도 어렵고 전세도 버거운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이런 상황은 '전세의 월세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물건 부족, 금리 부담 등이 겹치면서 월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지수는 5월 기준 12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126.3), 인천(128.3) 등 수도권 전반에서도 고가 월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전세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고 있음을 방증한다.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억원 안팎대 가격으로 매입 가능한 노도강과 금관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중소형 평수로 풍선효과가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전세대출 기준 강화와 전세매물 부족, 전세값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월세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이번 대출규제는 시간 여유를 두지 않고 전격적, 이례적으로 발표된데다 서민이 이용하는 실수요 목적 대출까지 일제히 규제해 관련 비판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신생아나 신혼부부 대출 같은 정책 대출까지 모두 한도를 조였다는 점에서 저출산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발표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 대출 시 대출 상한은 4억 원, 자산 상한선은 4억8800만 원이다. 9억 원짜리 집을 살 때 4억 원을 대출받으면 5억 원의 잔금이 필요한데, 자산을 5억 원 갖고 있으면 아예 대출이 되지 않는 구조다.한 시장 전문가는 "현금 4억8800만 원과 신생아 대출금 4억 원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해도 최대 8억8800만 원짜리 집 밖에 살 수 없다"면서 "신생아 대출 자산 기준에 대한 상승 등을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銀 비대면 주담대 신청 접수 갑작스레 중단 … 소비자 피해 전망정부의 발표에 국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은 지난 28일 비대면(인터넷·모바일)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또는 신용대출 신청의 접수를 중단했다.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는 대출을 신청조차 할 수 없는데, 금융사의 전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주말 비대면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은 가능하지만 이날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신청은 가능하지만 주담대의 비대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iM뱅크는 모든 종류의 가계대출 비대면 접수를 무기한 중단했다.모바일 앱으로만 대출을 접수하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주담대와 신용대출 상품 등의 비대면 접수를 이날부터 받지 않고 있다.대다수 소비자가 이용해왔던 비대면 방식의 대출 접수가 줄줄이 막히면서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중 비대면 비중은 81%, 주담대도 비대면 비중이 12.4%에 달한다.규제 대상으로 밝힌 다주택자나 갭투자에 나선 이들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도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 최소 1주일은 비대면 가계대출의 접수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이번 발표로 시장은 충격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나 사전 준비 없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대출규제 강화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대출자들은 당분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시장 전문가는 "금융사들의 전산 작업이 늦어지면서 유주택자 뿐만 아니라 실거주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실수요자도 자금 마련에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