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100대 탈환 … 코스닥 0.40% 상승한 781.57관세 부과 시기 8월 1일로 명시 … 관세율 조정 여지도증권가 “관세 리스크, 본격적인 해소 국면 진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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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통보 서한’ 충격에도 상승하고 있다. 상호 관세 부과 시기를 당초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7월 9일이 아닌 오는 8월 1일로 명시한 데다 관세율·시기 조정 여지까지 남겨둔 영향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조치가 ‘협상의 도구’로 사용된 만큼 상호 관세 리스크가 본격적인 해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 35분 기준 전장(3059.47)보다 43.97포인트(1.44%) 오른 3103.44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27포인트(0.40%) 상승한 3071.74로 출발해 오름폭을 빠르게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81억원, 19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이 108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거래량은 1억3388만주, 거래대금은 2조8582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도 전일(778.46)보다 3.11포인트(0.40%) 오른 781.57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5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중인 반면 개인과 기관은 63억원, 86억원어치씩 사들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1367.8원) 대비 5.3원 상승한 1373.1원에 개장했다.

    국고채 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 2·3년 만기 국고채는 전일보다 0.5bp(1bp=0.01%포인트)씩 내린 2.450%, 2.479%에 거래되고 있으며 5년물도 0.9bp 하락한 2.629%를 나타냈다. 반면 10년물은 0.5bp 오른 2.845%, 장기물인 20년, 30년, 5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1.8bp, 0.8bp, 0.6bp씩 상승했다.

    간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지정해 관세 서한을 발송했다. 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 소셜을 통해 “우리의 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상호주의와 거리가 멀었다”며 “오는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보낸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모든 교역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57개(56개국+유럽연합) 경제주체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9일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고 한국에는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한 상태로 무역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 한미 간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8월 1일부터는 관세 유예가 종료돼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지금까지 미국에 닫혀 있던 무역 시장을 개방하고 정책과 무역 장벽을 없애기를 원한다면 이 서한의 조정을 고려하겠다”며 “이들 관세는 양국의 관계에 따라 위·아래로든 조정될 수 있다”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서한으로 내달 1일까지 사실상 상호 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보고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목표로 협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미국 측의 주된 관심사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 규제 합리화 등과 함께 양국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산업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 이미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와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돼 있어 향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관세 협상을 진행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품목별 관세의 예외 적용이나 대폭 인하가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면서도 “품목별 관세는 미국의 산업 보호 측면에서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서한이 국내 증시에 단기적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무역 불확실성이 재차 불거진 데다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밸류에이션 매력도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강한 협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1차 발송 대상국에 포함된 점이 투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스피가 3000대를 상회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희석된 점도 차익 실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서한을 통해 통보된 관세율 수준이 지난 4월 초와 큰 차이가 없어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에는 시장의 예상을 넘는 고관세율이 발표돼 일각에서는 관세로 미국 경제를 의도적으로 망가뜨려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기도 했다”며 “지금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관세가 ‘협상의 도구’이지 ‘침체 유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 형식을 빌려 본인의 관세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 알렸지만, 결과적으로 협상 시간을 연장하는 모양이어서 일종의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 트레이드로 평가할 수 있다”며 “7월은 상호 관세 리스크가 확산되는 국면이 아닌 본격적인 해소 국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