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매각사업→공영개발 유력…공급속도 차질 우려"LH '땅장사' 못할 경우 정부 재정으로 적자 메워야"
  •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LH 개혁방안을 주문한 가운데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LH가 택지조성과 개발·시행까지 떠맡는 식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주택공급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개혁 주문한 李대통령…LH 택지매각 사업 '올스톱' 할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후보자가 국토부 새수장으로 취임할 경우 LH 조직구조와 기능 등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혁신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전날 정부과천청사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LH 개혁을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규모의 개혁으로 진행하며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일각에선 향후 진행될 LH 개혁이 단순한 인사개편 수준이 아니라 조직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기업인 LH는 민간토지를 수용하고 택지를 조성해 다시 민간건설사나 시행사에 매각하는 역할과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주택을 분양·임대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저렴한 분양·임대료 영향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택지조성 매각차익을 통해 보존해 왔다. 택지를 매각해 이익을 남겨야 하는 LH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로 그간 LH 영업이익은 집·땅값과 흐름을 같이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 자료를 보면 집값 상승기였던 2020년과 2021년 LH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5.8%, 30.3% 급등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던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67.9%, 97.6% 줄었다.

    업계에선 공공이 개발을 추진하고 이익을 환수하는 '공영개발'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단순히 주택·상업용지를 판매하고 끝내는 개념이 아니라 LH가 시행사로 사업을 주도하고 건설사에는 도급을 줘 시공사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하면 개발이익은 LH가 수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공이 조성하는 택지는 최대한 분양을 하지 않는 대신 임대만 진행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택지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의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추후 택지 임대를 통해 얻은 임대료로 조성한 자금으로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방법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LH 택지 매각사업 못하면 정부 재정지원 필수"…공급위축 우려도 

    다만 LH가 택지조성 매각차익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멈출 경우 적자가 누더기처럼 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주거 복지사업을 통해 연간 2조원의 적자가 쌓이는 구조로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가 160조원을 웃돈다.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지 못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는 상황에서 택지매각이 막힐 경우 LH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LH는 택지매각을 통한 이익을 공공임대주택 건설·관리 등에 투입하는데 이를 막으면 정부가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로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아파트 정비사업 외에는 민간 건설사도 공공택지를 받아서 주택을 공급했는데 민간 주택공급 기반이 많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LH가 주도적으로 얼마나 공급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인원감축이나 조직개편 등 보여주기식에 가까운 LH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의문이다"며 "차라리 서리풀지구, 태릉부지 등 사업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전청약에 나서면 충분한데 굳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가뜩이나 힘든 LH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LH가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민간에 넘겨 건설사들이 이익을 얻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토지 매입가격이 그대로 분양가에 산정되기 때문에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지 민간건설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LH가 택지 매각사업을 못하면 적자가 쌓일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그 부분을 메워줄지도 의문이다"며 "결국 주택공급에는 크게 장점이 없고 LH에게만 부담이 가중되는 개혁이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정부차원의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