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감세 효과 등 점검해 종합적 검토"법인세 인상 수순 … 정치가 제조업 전반 위협경기 침체로 세수 부족인데 … 기업을 방패막이로"관세 대응도 벅찬데 … 글로벌 흐름서 역주행"상법·노란봉투법도 수술대 … "기업에 온갖 족쇄"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나라 경제사령탑이 기업을 경제 위기의 범인으로 내몰면 우리는 누굴 믿고 경영을 해야 하나요."

    "정치가 기업을 못 살게구니 나라를 떠나라고 등 떠미는 것 같다."

    초강력 상법과 노조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을 추진 중인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법인세 인상 수순을 밟고 있다.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정치가 경제를 덮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P-리스크(Political Risk)’가 제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경영이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더 민감하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산업 시설 전반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게 재계 목소리다.
  • ◆ 구윤철 "법인세 깎아주면 선순환할 줄 알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1%p 낮췄지만, 실제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고수준이다. 한국경영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5.4%로 OECD 평균 3.8%의 1.4배, G7 평균(3.1%)의 1.8배에 달한다. 미국은 1.8%, 독일은 2.4%였으며 일본도 4.6% 수준이다.

    그럼에도 구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하고 그게 선순환 구조로 갈 거라고 예상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세수를 점검해 보니 2022년 100조원이었던 법인세가 지난해 60조로 40%나 빠지며 성장도 소비도 투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진짜 대한민국으로 대전환할 수 있는 부분에 필요한 재원은 어디선가 충당해야 한다"며 "감세 정책 효과 등을 점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후보자는 '우리도 일본처럼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지적에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장이 나타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국내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국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면 국내에서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 보겠다"고 했다.

    진 의원은 "우리나라가 연구개발 세액공제나 투자세액공제를 많이 해주고 있지만 효과가 과연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기업에 과감하게 환급도 검토해 보자는 안"이라고 거들었다.

    재계는 이 발언을 사실상의 ‘증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통상 진보 정권은 증세를 통해 재정 확충을 꾀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이 현실화하자 기업을 가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생산 촉진세제 같은 징벌성 과세가 이뤄지면 기업들이 오히려 제조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촉진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 주요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이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치솟아 있어 제품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내 생산량만큼 세액을 공제해준다 해도 기업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앞세운 미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고,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감세 경쟁을 벌이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기업 관계자는 “관세 대응만으로 벅찬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오르면 기업 부담은 막대하게 불어난다”면서 “외국계 대기업들은 과세 사각지대에서 국내 기업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를 내면서 돈을 벌어가는데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국내 기업들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미국은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15%까지 낮춰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려는 상황에서 (한국만)인상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행보”라면서 “외국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에 큰 제약이 따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 잇따르는 反기업법 … 개별 기업 부담 넘어 韓 산업 경쟁력 저하  

    재계에서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반기업적·반시장적 법안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개별 기업의 부담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도록 하는 ‘3%룰’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데 이어 ‘노란봉투법’도 조만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가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노란봉투법의 위헌성 문제를 비롯한 여러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부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을 마비시킬 뇌관으로 꼽힌다. 이 법안의 핵심은 원청기업을 하청노조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규정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입법이다. 예컨대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노조가 파업할 경우, 원청인 완성차 업체는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춰서 막대한 손실을 보더라도 파업을 주도한 하청 노조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에서 노란봉투법은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국내 산업의 근간인 ‘원청-하청’ 협력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 

    원청은 예측 불가능한 파업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국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줄이고, 부품 조달을 해외로 돌리거나(공급망 해외 이전) 아예 해외에 직접 공장을 짓는 ‘탈(脫)한국’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는 원청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건실하게 운영되던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모두 피해를 입는 셈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등 모든 실물경제가 외환위기급 위기상황으로, 핵심 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금감면 등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그런데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에 온갖 족쇄를 채우려 하는게 말이 되냐"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