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릴리, 다음달 중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출시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위고비가 73%로 점유율 1위 차지마운자로, 72주차 감량률 22.5% 등 위고비 대비 강점 확보마운자로 출시 가격은 위고비와 비슷하거나 낮을 전망
  • ▲ 마운자로. ⓒ일라이 릴리
    ▲ 마운자로. ⓒ일라이 릴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해 온 '빅2'가 국내 무대에서 격돌한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8월 중순 국내 출시를 예고하면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마운자로는 가파른 성장세와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위고비의 아성에 도전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인 GIP/GLP-1 수용체 이중작용제 '마운자로프리필드펜주'(2.5mg·5mg)를 오는 8월 중순 출시한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위고비는 올해 1분기 국내 매출 79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73.1%를 차지했다.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처음 출시됐는데 첫 분기에만 점유율 64.3%를 기록하며 단박에 1위로 올라섰다. 6개월 간 누적매출은 1398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양대 비만치료제 중 하나인 마운자로가 다음달 출시 예고되면서 국내에서도 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마운자로는 GLP-1뿐만 아니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로,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 대비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마운자로는 허가용 임상시험에서 72주차 감량률 22.5%를 기록했다. 위고비와의 직접 비교 연구에서는 72주차 마운자로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로 위고비의 13.7% 보다 더 높은 감량률을 보였다. 

    이와 같은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시장점유율을 따라잡고 있다.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약 3조1600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위고비 매출은 3조6000억원으로 약간 뒤처져 있다. 또 미국 처방실적에서 마운자로가 위고비 대비 7%가량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는 2030년 세계 처방약 1위는 마운자로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운자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2022년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를 획득한 후 2023년 비만 적응증으로도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퀵펜, 바이알 제형은 아직 식약처 심사 과정에 있다. 

    다음 달부터 판매되는 마운자로는 프리필드펜 제형이다. 프리필드펜 제형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품절이 잦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 달 분량을 4번에 나눠 투여할 수 있도록 펜에 담은 퀵펜 제형과 병에 든 약물을 주사기로 추출해 사용하는 바이알을 식약처에 허가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마운자로의 다른 제형(퀵펜, 바이알)의 허가 심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다른 제형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해당 제형의 출시를 위한 제반 환경이 준비되는 대로 국내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직판을 위해 마케팅 및 영업부 인력을 보강했다. 일각에서는 종근당과 보령 등을 거론하며 향후 국내 제약사와의 마운자로 공동판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와 인연이 있는 회사는 한 번씩 언급이 되는 것 같다"면서 "많은 회사들이 거론되지만 위고비로 인해 비만 치료제가 시장에 많이 알려졌고 직판할 만한 기반도 있는데 공동판매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릴리 측도 "현재로서는 국내 제약사와의 공동 판매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으나 환자 중심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환자 및 의료진들에게 원활하게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비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GLP-1 계열 약물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이 한 달에 수십만원의 약값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 가격에도 관심이 쏠린다.

    위고비는 펜당 출하가가 약 37만원 수준이다. 실제 판매가는 의료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월 40만~5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마운자로를 위고비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대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9월 GLP-1 계열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한다. 내년 하반기 국산 첫 GLP-1 비만치료제 출시가 목표다. 

    이 밖에도 HK이노엔이 주 1회 투여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동제약은 경구형 비만약, 라파스는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