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완화에도 자동차·전자 부품 직격탄은행, 중소기업 중심 리스크 대응 강화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 ▲ ⓒ쳇GPT
    ▲ ⓒ쳇GPT
    한미 양국이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금융시장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일부 걷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적용돼 온 한국산 자동차 관세 0%가 종료되면서 '백기투항'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자동차 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이 기업의 수익성과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FTA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산업계 전반에서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금융권 역시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FTA 사실상 무력화 … 부품·전자·섬유 중간재 수출업체 직격탄”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약한 자동차 부품업체나 중소·중견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유동성 악화, 추정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측은 “자동차 부품, 전자부품, 섬유의류, 기계장비 등 중간재 수출 중심의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거나 생산 비중이 낮은 1·2차 협력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완성차 대기업은 흡수력이 있지만, 부품사는 유동성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 수출업체의 연체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미 간 관세협상 타결은 금융시장의 단기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 신호’와 함께 중소 수출업체 건전성 악화라는 ‘부정적 그림자’를 동시에 남겼다"며 “은행들은 추정손실 지표를 예의주시하며, 유동성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방화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추정손실 확대 경고 … 선제적 리스크 차단 나선 은행들”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은행권은 추정손실 확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그룹의 지난 6월 말 기준 추정손실은 2조7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11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하나·우리금융도 각각 36% 넘게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추정손실 증가는 차주의 상환 능력 악화 신호”라며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연쇄 부실로 번지기 전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연초에 수립한 기업여신 전략을 유지하는 가운데, 관세 부담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업대출 금리우대 프로그램 규모를 총 9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수출기업 대상 무역보험 특별보증을 통해 4600억원 규모 보증을 공급 중이다. 자동차 부품사 등에는 15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도 추진 중이다.

    외환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환율 우대, 관세사 상담, 무역실무 컨설팅 등 비가격 서비스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율 인하 자체는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하방 요인이지만, 관세 내용 대부분이 일본·EU와 유사한 만큼 시장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하반기 수출 충격은 생각보다 완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장중 1400원 돌파 … 금융시장 불안 확산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미국 내 물가 상승세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며 강달러 흐름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0원 오른 1395.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 30분께 장중 1400.2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관세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 강세와 물가 상승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2620선 초반까지 밀렸다.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와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관세 협상으로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실제 시장에 영향을 준 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달러 강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관세 타결은 예견된 수준이라 외환시장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 → 경상수지 악화 →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불확실성 축소 효과가 일부 있지만, 미중 무역환경 변화 등 글로벌 요인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