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계수 낮춰 자본부담 완화…보험사 자금, 벤처투자 유인"보험금, 장기 운용 필요한데"…벤처투자 확대에 업계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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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특강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압박이 은행을 넘어 보험업계까지 번지고 있다.정부가 조성 중인 100조원 규모 민관 펀드에 보험사 자금도 수조원이 동원될 전망이지만, 보험업계는 정책 방향과 업권 현실의 괴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본 부담 낮춰줄게, 대신 투자해"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첨단 혁신 분야에 투자할 경우 위험계수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보험업권의 전체 운용 자산은 1200조원 수준이다. 위험계수 경감으로 보험사들은 최소 수조원 이상의 자금을 이재명 정부가 유도하는 혁신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현행 제도상 보험사들은 위험 계수에 따라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 즉 위험계수가 높을수록 자본 부담이 커져 투자가 어려워진다.위험도가 없는 국채에는 0%, 우량 회사채는 0.2∼2.5%,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2.9∼12.7%, 주식은 20∼49%, 부동산 보유는 20∼25% 수준의 위험계수가 적용된다.금융당국은 현재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등에 위험계수를 낮게 책정하고 있는데, 금융위는 정책펀드와 연계된 장기 투자에도 동일한 방식의 경감 적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된다.이는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민간 자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벤처·혁신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고객 보험금, 고위험 혁신기업 투자로?보험업계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와 생존률이 낮은 벤처기업의 위험계수를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나온다.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폐업률은 무려 66.2%로 OECD 평균인 45.4% 보다 11.6%p(포인트) 낮다.이재명 정부가 보험사들에게 투자를 독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경우 같은 기간 폐업률이 무려 60.8%에 달한다.◇보험업 특성과 괴리 … "장기투자 업권과 맞지 않아"보험사들은 고속도로 같은 인프라 자산처럼 수십 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제는 생존률이 낮고 기업 수명도 짧은 벤처·혁신기업에까지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 평균 수명은 2027년 12년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수십 년 뒤를 내다보며 고객 보험료를 운용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과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셈이다.업계는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생존률이 낮은 고위험 벤처기업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은 업권 전반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선진국에 기술력이 밀리는 한국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원금 회수도 어려울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