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처럼 기소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 환수 한계국제사회 유사한 방향서 환수 이행 … "독립몰수 시작"법무부 지난 1월 독립몰수제 도입 공식화 예고
  • ▲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이 개최한‘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박균택 의원실
    ▲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이 개최한‘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박균택 의원실
    국회·정부·학계가 내란 같은 국가폭력 범죄로 대물림된 불법자금을 끝까지 추징하는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함에 따라 관련 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1일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이 개최한 ‘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공권력의 조직적 개입 등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어려운 국가범죄처럼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의 유죄 판결 없이도 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범죄자의 도주나 사망 등으로 인해 공소 제기가 어려운 경우 정부가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해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내의 경우 40년 넘게 도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 판례에서는 몰수나 추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실질적인 몰수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유죄판결 자체가 불가능하면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해외의 경우 독립몰수제와 유사한 방향으로 환수가 이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도 이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도 실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유엔 부패방지협약, 자금세탁방지기구에서 국제 규범뿐 아니라 미국의 몰수를 통한 민사사건 해결, 독일과 이탈리아의 독립몰수를 통한 형사 사건을 해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에서는 고액자산의 출처를 스스로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사례도 있다. 여기서 독립몰수가 시작된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이런 주요국의 상황들을 보면 독립몰수제도 자체를 도입하는 거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는 거 같다는 시사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세션에서 법무부 국제형사과 전성환 검사도 “범죄수익의 해외 유출이 많은데 확정판결까지 기다리면 실효적으로 환수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법무부도 올해 업무보고에 독립몰수제를 반영해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 검사는 “독립몰수제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태국·페루 등 보편적으로 도입한 필수 제도”라며 “국가폭력범죄 뿐만 아니라 마약, 금융사기 등 민생침해 범죄까지 독립몰수제 도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은 “노태우 비자금을 재산분할 근거로 삼아 노소영에게 1조3000억원을 주는 것은 국가가 불법비자금을 제도권으로 인정해준 것”이라며 “재산분할이 아닌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연식 5.18기념재단 위원은 “과거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유의미한 제보들이 있었지만 입법적 한계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지금이라도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정부, 학계 등이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에 적극 공감함에 따라 관련 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고 완납했지만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900억원대의 추가 비자금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이어져 검찰이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1월 독립몰수제 도입을 공식화하고, 같은 해 7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독립몰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개정안에 대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균택 의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내란과 같은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망, 공소시효 만료 등에도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도록 추진 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관련 질문에 “민사상 소멸시효도 배제해 상속재산 범위 안에 있다면 그가 사망한 뒤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