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김종현 사장, 2025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서 기조연설 진행 '양손잡이형 에이전시: AI와 인간 창의성의 조화' 주제로 발표"AI의 효율성과 인간의 창의성을 유기 결합한 양손잡이형 에이전시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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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MAD STARS 2025
"AI(인공지능)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 속에서 마케팅 광고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AI가 효율적 방식으로 일하게 돕는 과학적 조력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크리에이티비티와 인사이트 측면에서는 분명 한계도 존재합니다. 위대한 크리에이티비티는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는 효율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평균적 범주에서 벗어난 도전적 아이디어에서 나오기 때문이죠."[부산 = 김수경 기자] AI가 광고·마케팅 산업의 근본을 흔드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는 지금,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7일 부산 시그니엘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이하 MAD STARS) 무대에 올라 '양손잡이형 에이전시: AI와 인간 창의성의 조화(The Ambidextrous in the AI Era)'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펼쳤다.김종현 대표는 "AI는 이미 기획 초안 작성, 여행 일정 설계 등 생활 전반을 넘어 광고 산업의 구조 자체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지금은 AI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개와 늑대의 시간'과 같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김 대표는 2년 전 애드아시아(AdAsia) 무대에서 'AI 시대 광고의 미래'를 전망한 이후, 불과 짧은 시간 안에 AI의 발전이 업계를 급격히 재편했다고 강조했다. 2023년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했던 챗GPT는 현재 10억 명이 활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이는 전 세계 인구 8분의 1이 AI를 경험한 셈이라는 것이다.과거 수주가 걸리던 타깃 분석, 미디어 플래닝, 카피·이미지·영상 제작이 이제는 AI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된 최적화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검색 중심의 SEO(검색엔진 최적화) 패러다임도 AEO(AI 답변 엔진 최적화)로 전환되면서 지난 30년간 인터넷을 지배해온 '검색' 시대가 저물고 '질문'이 뉴노멀이 됐다.그러나 AI가 모든 영역에서 만능인 것은 아니다. -
- ▲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MAD STARS 2025
김종현 대표는 "AI 결과물은 종종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며, 획일화된 산출물을 내는 되는 경우가 많다"며 "AI를 활용해 콘티나 카피를 만들어 봤을 때 종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결과물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제일기획이 마케팅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AI 생성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획일적이고 밋밋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사이언스 애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연구도 AI 활용이 개인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높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결과물 전체는 유사해져 집단적 창의성이 평균화되는 경향을 드러냈다.이른바 '모델 콜랩스(Model Collapse)' 현상이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다시 학습에 투입할수록 결과물이 단조롭고 무난해진다. AI 창작물은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난한 값을 출력한다. 독창적인 결과보다는 가장 안전한 결과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지향하는 도전성과 독창성의 본질과 충돌한다.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가장 위대한 크리에이티브는 평균의 범주에서 벗어난 도전적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며 "결국 인간과 AI의 차별점은 크리에이션(creation)과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차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종현 대표가 제미나이(Gemini)에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물은 결과, '크리에이션'은 인간의 의도나 생각을 반영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작 활동, '제너레이션'은 특정 규칙이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기존 요소를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생산 활동을 뜻한다.김 대표는 "크리에이션이 더 가치 있고 제너레이션이 덜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전에 없던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메시지를 크리에이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AI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균형점에 도달하는 것이 AI 시대의 성공적 마케팅을 위한 필수 조건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
- ▲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MAD STARS 2025
그리고 이를 위한 AI 시대 에어전시의 지향점으로 한 손에는 AI를, 다른 한 손에는 창의성을 거머쥔 '양손잡이형 에이전시'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AI와 크리에이티비티의 균형을 축으로 에이전시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창의력은 뛰어나지만 AI 활용에 소극적인 'The Lonely Craftsman' 유형, AI 자동화에만 의존해 콘텐츠는 많지만 영혼 없는 결과물만 양산하는 'The Soulless Factory', AI 도입도 창의적 역량도 부족해 시장에서 가장 먼저 도태될 가능성이 큰 'The Dinosaur',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창의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상적 모델인 'The Ambidextrous(양손잡이형)'이 그것이다.김종현 대표는 "내가 속한 조직은 어떤 유형인지 고민해봐야 하며, 궁극적으로 에이전시는 양손잡이형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AI가 반복적인 분석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인간이 창의적 사고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인간은 AI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리소스를 활용해 한층 더 깊이 있는 통찰, 독창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케팅에 영혼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제시했다.김 대표는 '양손잡이형 에이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제일기획의 AI 활용 현황들도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제작 영역에서 자체 개발한 카피라이팅 솔루션 '카피조(CopyJoe)'와 이미지 제작 솔루션 '콘티조(ContiJoe)'를 시연하고 CRM, 리테일, 브랜드 관리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AI 기반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나아가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테크를 종합한 업무 통합형 AI 플랫폼 '제일 커넥트 AI(Cheil Connect AI)'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현 대표는 19세기 유명 화가인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가 사진 발명 직후 한 것으로 전해지는 'The painting is dead!(회화는 죽었다)'는 말을 인용하며 "사진의 등장은 회화를 죽인 것이 아니라, 화가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그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이후 화가들은 색채, 형태, 감정, 추상적 개념과 같이 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AI도 우리 업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클라이언트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우리 업의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제공해야 할 가치의 형태와 방식이 변화할 뿐이다. 새로운 역할 속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전에 없던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마케팅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한편 MAD STARS 2025는 27일부터 29일까지 시그니엘 부산 및 해운대 일원에서 열린다. 18회를 맞는 올해의 주제는 'AI-vertising, AI 광고 마케팅 시대'로, AI와 인간의 창의력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조명하고 업계 전반의 흐름과 변화를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