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전체 분석장비 일루미나 독점, 국내 점유율 약 90% 이상미국 장비 의존 불가피 … 가격인상, 인력유출에 기업들 '속수무책'"국산화 충분히 가능" … 국내 유전체 업계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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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생성 이미지
유전체 데이터는 최근 부상한 오가노이드 연구와 임상, 나아가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K바이오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외 기업들은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해 자유롭게 데이터를 확보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까다로운 규제와 중복 심사에 발목이 잡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규제기관이 손을 놓은 사이 한국인의 고유한 유전체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이러한 차별적 구조 속에서 국내 유전체 산업이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K바이오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데스크주>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장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전량을 해외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루미나가 전 세계 시장의 약 80%를 장악해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일루미나 점유율은 90%를 웃돈다.미국 동맹국으로서 일루미나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일루미나의 가격 인상과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전체 기업들의 NGS 장비 해외 의존율은 100%다. NGS 장비 시장은 미국 일루미나가 전 세계 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하고 있다. 2위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시장점유율이 약 10~15%로 일루미나와는 격차가 크다.이밖에도 중국 BGI가 NGS 분석 장비를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미국이 지난 1월 BGI그룹 등 4개의 중국 유전체 기업들을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한 데 이어 동맹국에게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미국에서 BGI, MGI 등 중국의 주요 바이오기업들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이 올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도 중국 NGS 장비 사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여기에 더해 중국 NGS 장비를 사용할 경우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일루미나 또는 써모피셔 장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비슷하게 일루미나가 약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루미나의 독점 행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루미나의 NGS 장비와 시약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데 매년 가격 인상과 함께 일관성 없는 가격 인상 기준으로 인해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A사 대표는 "우리나라의 큰 유전체 회사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가 일루미나의 장비를 쓴다"면서 "무조건 장비를 써야하고 데이터 뽑아내려면 시약을 써야하는데 해마다 장비도 가격 올리고 시약도 가격올리고 거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니까 우리나라 기업은 땅파서 장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B사 전 대표도 일루미나의 일관성 없는 가격 인상 기준이 모호해 힘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일루미나가 기업들에게 가격 (인상) 압박을 엄청나게 준다"면서 "기업들에게 가격을 많이 올렸다가 마음에 들면 가격을 많이 안 올리고, 마음에 안 들면 또 엄청올린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통상 5% 인상 정도는 예상가능한데 전년도에 많이 쓰면 그 이하로도 해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타국과 협약을 맺는다고 하니깐 갑자기 10% 넘게 올리겠다고 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C사 대표는 정부의 부족한 현실인식에 더해 일루미나가 유전체 산업 인력을 빼가는 행위까지 지적했다. 그는 "일루미나의 갑질은 이미 10년 전부터 업계에서 계속 나오던 얘기인데 정부도, 공정거래위원회도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우리나라 유전체 기술이 전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가는 강국인데도 유전체 플랫폼 장비를 일루미나 장비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들의 횡포가 만만치 않다"며 "유전체 기업들이 10여년간 키워 온 유능한 핵심 인재들을 데려가도 정부는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때문에 유전체 산업계에서는 '분석 장비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동직 유전체기업협의회장은 "우리나라 기술력이면 충분히 유전체 분석 장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신 회장은 "우리나라 중견그룹들 중에서도 유전체 분석장비 기자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있는 회사가 여러 곳이 있다"면서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교수들과 정부에서 매칭 펀드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기업들이 합심하면 일루미나, 써모피셔, BGI, MGI 등의 특허를 피해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중국의 경우 일루미나 장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NGS 장비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BGI가 중국 당국과 협력해 국제 유전체 프로젝트와 시퀀서 개발에 나섰고 후속 기업 MGI가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중국은 국가적으로 MGI 장비를 이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특히 국산 유전체 분석 장비가 개발된다면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다.신 회장은 "우리나라가 조인트 벤처, 협력 파트너가 있는 국가들이 아시아가 많은데 이들과 만나면 오히려 한국은 왜 국산 장비 안 쓰고 미국 장비쓰냐고 반문한다"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한국이 개발하면 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