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사무국 첫 도입으로 절차 독립성 강화정부·시장 신뢰 속 '신한식 거버넌스' 시험대
  •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신한금융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신한금융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승계 과정은 단순한 인사 절차를 넘어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검증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회추위 산하에 신설된 ‘회추위 사무국’이다. 후보 심사 지원부터 대외 커뮤니케이션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며,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곽수근 회추위 위원장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검증 절차를 포함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진행하겠다”며 “모든 과정에서 절차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회추위 사무국을 공식화한 것은 신한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금융권 ‘관치 인사’ 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주가 ‘동반 호조’ … 진옥동 리더십 안정감 부각

    진옥동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가 취임한 2023년 이후 신한금융의 실적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4조5175억원,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10%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취임 초기 3만원대에서 현재 7만원 안팎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내부통제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선물거래 손실 사고로 긴장감이 돌았지만 진 회장은 즉각 대국민 사과와 인사 쇄신을 단행하며 조직을 안정시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진 회장은 현장 중심의 실행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위기관리가 곧 신한의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 기조와 ‘코드 맞춘’ 생산적 금융 … 국민성장펀드로 신뢰 굳혀

    진 회장은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도 발맞추며 정책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달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민간은행 CEO(최고경영자) 중 유일하게 초청돼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담보 위주의 영업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고 자성의 메시지를 던지며,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 완화 시 은행도 모험자본 공급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가장 적고(72조원),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43.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생산적 자금 배분’ 구조는 정부가 신한을 국민성장펀드의 핵심 민간 파트너로 지목한 배경으로 꼽힌다.

    진 회장이 대통령 해외 순방단에 금융권 대표로 동행한 것도 이러한 신뢰 관계를 방증한다.

    ◇연말 압축, 내년 3월 확정 … ‘투명 승계’의 리트머스 시험대

    신한금융 회추위는 오는 11월 말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확정하고, 12월 초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의 적정성 심의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회장이 확정된다.

    신한금융의 승계 절차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자율적 승계와 책임경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회추위가 정치적 고려 없이 절차적 투명성과 독립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다른 금융지주에도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진 회장의 연임 여부보다 중요한 건 신한이 어떤 방식으로 절차를 운영하느냐다”며 “이사회 독립성과 당국 신뢰를 모두 확보하면 금융권 리더십 문화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