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에 민심 악화…정부, 세제카드 만지작文정부 보유세 강화 후 아파트 거래량 57% 급감"보유세 강화로 집값 안정 효과 의문…신중해야"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ㆍ광진 등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ㆍ광진 등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만에 세번의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규제 강도를 한층 높인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부동산 세제' 특히 보유세 인상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공백이 확정된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세제카드는 집값 안정화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 6억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자 전세대출도 2억원으로 묶는 초강력 대출규제를 내놨다. '레버리지 매수차단'에 방점을 찍은 조치였다. 그러나 거래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지역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9월7일에는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발표됐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고 민간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급이 중장기 계획에 그치면서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안정화를 가져다줄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이후 한달후 발표된 10·15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청약·세금 모두에서 추가 제약이 걸렸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 집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618건으로 규제 발효전인 19일 7만1656건보다 9.9%(7038건) 감소했다. 같은기간 경기도 역시 17만7838건에서 17만2444건으로 3.1%(5394건) 줄었다.

    이에 정부여당에선 주택처분을 유도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10·15대책 발표전에도 윤석열 정부 시절 1주택자 기준 60%로 낮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이전 수준인 80%로 복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 ▲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럿 붙어 있다ⓒ연합뉴스
    ▲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럿 붙어 있다ⓒ연합뉴스
    다만 보유세 강화만으로는 매물 잠김을 풀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6.0%,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높였지만 오히려 세제강화 직후인 그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월대비 57% 급감했다. 과도한 세부담이 매물을 시장 밖으로 밀어내며 거래절벽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보유세 인상후 집주인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에게 전가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통한 세부담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택 매매가격을 인상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60개 분야 세금을 매기는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보유세 부담이 증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상승하면 주택가격은 1~1.4% 인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 공시가격 10% 상승시 전세가격은 1~1.3% 상승하고 증가한 세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현재 시장에서 세제카드가 집값 안정화에 영향을 주긴 힘들거라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예고효과로 기대 가격을 낮추는 하방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다주택자 비중이 이전만큼 높진 않은 상황"이라며 "보유세는 거래세 인하, 신용규제 조정과 함께 설계돼야 효과가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팔기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정리매물로 인한 일시적 공급 증가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매도물량 소진된 시점 이후에는 세입자들에게 세금으로 인한 비용 전가가 발생한다는 양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보유세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양도소득세, 취·등록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패키지로 추진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 2차 베이비부머가 퇴직했거나 퇴직을 시작한 상황에서 보유세를 갑자기 늘리면 반발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며 "보유세 인상과 취득세, 양도세 인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