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원 3만6502곳 중 1007곳만 참여 … 실제 시행은 303곳뿐지방일수록 서비스 공백 심각 … 방문진료 61% 수도권 쏠림인력·수가·제도 미비에 간호조무사 배제까지 … '구조적 재설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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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 대응한다는 정부의 핵심 전략인 방문·재택의료가 본사업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넘게 이어진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실제 참여율이 극히 낮다는 집계가 확인되면서 정부가 홍보해온 통합돌봄의 청사진이 현실과 크게 괴리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지난 12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국회 토론회에서 정혜민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과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6502곳 중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1007곳으로 전체의 3% 수준이다. 이 중 실제 방문진료를 시행하고 수가를 청구한 기관은 303곳뿐이었다. 참여기관의 70%가 사실상 방문진료를 하지 않는 셈이다.지역별 격차는 더 심각했다. 병원 접근성이 부족해 방문진료 수요가 큰 지방일수록 오히려 제공기관이 부족해 제도 혜택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반면 전체 303개 실제 청구기관 중 157곳(52%)이 서울·경기에 집중됐다. 방문횟수 7만8931건 중 61%가 수도권에 몰렸다. 제도 도입 취지였던 '지역사회 기반 돌봄'과는 정반대의 결과다.정책 홍보에서 강조해온 '집에서 받는 존엄한 진료'라는 구호와 달리 접근성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의료계는 방문진료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제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료 인식 부족, 간호·간호조무사 등 동반 인력의 절대적 부족, 낮은 수가, 복잡한 행정절차 등이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의사 1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시범사업 미참여 사유로 '방문진료에 대해 잘 몰라서'가 22.5%, '지원 인력 부족'이 20%, '수가가 낮아서'가 18.7%로 나타났다.개선사항으로는 '수가 인상'(78.6%)과 '행정절차 간소화'(63.5%)가 최우선으로 꼽혔다. 정 과장은 "현장의 업무 부담과 낮은 보상을 고려하면 현 구조에서는 참여가 확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특히 '간호조무사 활용'이 재택의료 체계 정상화를 위한 핵심 대안으로 떠올랐다.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의 82%를 차지하는 간호조무사가 제도적으로 배제돼 있는 현실이 방문진료 확대의 구조적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이상권 전주시 통합의료돌봄지원센터장은 "간호조무사 동반 방문진료에 대한 수가 신설이 필요하고 케어코디네이터로서 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의 역할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인력이 제도 밖에 머물러 있어 '서비스 확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도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 대부분이 간호조무사임에도 수가 책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오류"라며 "통합의료돌봄 시행을 앞두고 제도 전반에 대한 두 번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가 개선 없이는 간호조무사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현장 간호조무사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파티마재가복지센터 김영미 간호조무사는 "방문간호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수가 대상에서 제외돼 공적 인정도 받지 못한다"며 "방문간호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 신설과 업무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한편 제도적 기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방문간호 횟수를 월 5회로 제한한 현행 기준은 중증 재택환자 관리에 적합하지 않으며, 건강보험 체계가 여전히 '의료기관 내 진료'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방문의료 수가 반영이 어렵다는 의견도 이어졌다.이주열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는 방문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방문요양급여와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지금 방식으로는 확장도 지속도 어렵다"고 말했다.정부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시점인 내년 3월을 앞두고 재택의료센터 확대와 퇴원환자 연계 본사업 추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과거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의 시행착오로 참여가 소극적이다. 통합전산플랫폼, 인력 배치 기준, 지역 격차 해소 방안 등 필수 기반도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전문가들은 지금의 구조로는 정부가 내세운 '집에서 누리는 돌봄'이라는 비전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율 3%와 실제 시행기관 303곳이라는 숫자는 통합돌봄 본사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에는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결국 통합돌봄은 필요한 제도지만 준비되지 않은 제도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제도의 골격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내년 본사업은 출발선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