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환시장 '공룡'… 자산 양극화 사회적 논의 필요"서학개미 규제 논란엔 "40~50대가 주류 … 청년 심정 공감"조직개편·롯데손보 소송·경영평가 등 이슈도 일괄 언급
  •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첫 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의 이른바 '일탈회계'에 대한 원상 복구 입장을 재확인하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은행에 대한 역대급 과징금 조치를 '소비자보호 기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첫 사례'로 규정하며 감독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오전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삼성생명 일탈회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회계 상 반영시기는 언제일지 묻는 질문에 "당시에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를 했다"며 "25년 결산에는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으로 매입한 삼성전자 지분(8.51%)을 IFRS17 체계에서 '보험계약 부채'로 반영해야 하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시장 혼선을 우려해 이를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처리하는 예외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올해 삼성생명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국제기준대로 부채로 재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금감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은 이날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국제회계기준(IFRS17)상 일탈회계 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위의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늦어도 1월에는 관련해서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콩H지수 연계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이번 조치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번 제재는 첫 리딩 케이스(선도 사례)"라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당국의 기조를 분명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과징금·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으며, 합산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사전 통보대로 확정될 경우 은행들은 해당 금액의 여섯 배를 10년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인식해야 해 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

    은행권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RWA 부담이 10년간 누적돼 자본비율과 '생산적 금융' 여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업계 우려에 대해 이 원장은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모험자본 공급이나 생산적 금융 등 정책적 영역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재심은 18일 열릴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가 내린다.

    잇따른 해킹 사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업비트 해킹 사태에 대해서는 "사고 직후 즉시 검사에 착수했다"며 "다만 가상자산은 새로 제정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체계 안에서 감독·제재에 한계가 있어, 조사 결과를 보고 구체 대응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상자산의 생명은 "시스템 안전성·보안에 대한 신뢰이므로, 이번 사건을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제도 보완 여부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롯데카드 해킹사태에 대해서는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 중에 있다"며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제재 절차가 진행될 거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관련해 서학개미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일부 금융사가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리스크나 신용리스크 등 주요 위험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전체 금융자산의 약 1%를 해외 주식에 투자 중이라고 밝히며 "서학개미 중 청년층의 사이즈(비중)은 오히려 작고 주류는 40~50대"라며 "오죽하면 청년이 해외투자를 하겠느냐에 대해서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연못 속 공룡’이었는데 이제는 외환시장에서도 공룡이 됐다"며 "환율 변동이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 추진 계획도 공개했다. 이 원장은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방향에 맞춰 조직 개편 중"이라며 "조직개편은 12월 말, 인사는 내달 10일까지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롯데손보와 관련해서는 "비계량 평가 보고를 받았지만 특이점은 보지 못했다"며 "사모펀드가 대주주라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의 최근 경영평가 'B등급'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에 대한 부분을 당국에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전임자에 대한 평가라서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