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선포 1년, '사천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다시 치솟는 환율에 박스피, 외인 자금 유출입 확대지난달 外인 12.4조 투매, 관세전쟁때 이탈 규모 넘어정부는 서학개미 탓만 … 정치불안 없애고 기초체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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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 후보시절ⓒ연합ⓒ연합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는 고꾸라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한국 증시는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아직도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유리그릇'처럼 위태롭다.계엄으로 촉발된 정치 불안에 이어 경제 기초체력은 여전히 불확실해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천수답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때보다 더하다" … 원화값 폭락에 외국인, 11월에만 12.4조 투매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12조원 넘는 코스피를 팔아치웠다. 이는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월간 순매도 규모(약 12조 5550억원)과 맘먹는 수치다.실제 11월 3일부터 27일까지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뜯어보면 외국인의 이탈은 더욱 적나라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약 12조 4151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개인 투자자만이 7조 7190억 원을 사들이며 힘겨운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심지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으로 시장이 출렁였던 올해 4월(약 9조 3550억 원 순매도)과 비교해도 매도 규모가 40% 가까이 더 크다.지금의 상승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으로 쌓아 올린 것일 뿐, 외국인이라는 메이저 수급 주체가 빠진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유리그릇'과 같다는 것이다.증권가에서는 이번 매도세를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닌 '구조적 탈출'로 해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는 불확실성에 의한 투매였다면, 지금은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 저하가 동반된 '탈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앉아서 손해 보는 외국인 … 이재명식 돈풀기에 '환차손 공포'코스피가 '사천피' 시대를 열자마자 외국인들이 '엑소더스'를 감행한 배경엔 치솟는 환율이 있다.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당시 1487.0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서서히 진정세를 보이다가 올해 6월 1347.78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1479.83원까지 1480원 문을 두드렸다.환율 급등의 배경으론 소비쿠폰으로 대변되는 이재명 정부의 '쿠폰플레이션'이 유력하게 지목되지만,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긴 커녕 '남 탓'으로 일관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외국인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환율 급등의 원인을 서학개미 탓으로 돌리며 "젋은 분들이 '쿨해보여서'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이 총재 망언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급등의 원인을 서학개미로 지목하며 해외주식에 부과하는 양도세 인상을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열려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금융 수장들의 서학개미 '탓'에 골드만삭스는 27일 보고서를 내고 "원화 약세는 국민연금과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규제보다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나섰다.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대외금융자산이 전 분기보다 1158억 달러나 급증할 정도로 해외 투자 열풍이 거센 상황에서, 징벌적 과세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논란이 커지자 기재부 관계자는 뒤늦게 "해외 주식을 매도해 원화로 환전할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말을 바꿨다.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정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초체력을 키워야 원화 가치가 오르고 증시 자금도 유입돼 투자자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한 증시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증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과 장기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