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연말부터 대선까지 6개월간 가격 인상 이어져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52개 올라 … 정국 혼란 기회라면부터 커피·과자·음료 등 전방위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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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6개월간 식품업계에서는 수 십여 품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정국이 혼란하고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 정부가 부재한 시기에 맞춰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올해 6월 3일 대통령 선거 전까지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2개로 나타났다. 이는 가공식품 73개 중 70%에 이르는 수치다. 6개월 동안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나 된다.

    국민들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관심도가 적어진 틈을 타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라면과 과자, 인스턴트 커피 등 가공식품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다양한 채널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월 편의점 컵밥 7종 제품을 각각 600원씩 인상했다. 3월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후추와 식초 가격을, 4월에는 대표 제품인 진라면 등 16개 라면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농심도 3월 신라면과 새우깡 등 제품 17종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팔도는 4월 팔도비빔면과 왕뚜껑, 남자라면 등 면류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음료 역시 비락식혜 2종 가격을 지난 6.3% 올렸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맥심 모카골드 등 인스턴트 커피 가격을 8.9% 인상한 데 이어 올해 5월 9%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웰푸드도 올해 2월 건·빙과 26종 가격을 9.5% 인상했다. 빼빼로 가격은 2000원으로 올랐다.

    유업계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남양유업은 2월 프렌치카페 믹스(14.9%), 4월 초코에몽(14.3%), 5월 17차(10%) 등 가격을 올렸다.

    빙그레는 3월 더위사냥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가격을 인상한 뒤 5월에는 요플레·닥터캡슐 등 주요 발효유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51개 제품 평균 가격을 8.9% 인상했다

    주류업계도 가격을 올렸다. 오비맥주는 4월 카스와 한맥 등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2.9% 올렸으며,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켈리 등 출고가를 2.7%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올해 5월 커피 32종 판매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롯데GRS 엔제리너스도 같은 달 커피류 가격을 인상했다.

    교촌치킨은 순살 제품의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을 단행했다가 결국 ‘중량 표시제도’ 도입의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는 계엄으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원부자재 가격 증가 등 인상 요인을 억누르지 못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은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최한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에서 “식품기업의 가격 인상은 원자재 가격 인상, 환율 폭등 등 경제 여건 악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홍근 한국외식산업협회 회장도 배달플랫폼 수수료를 원인으로 지적하며 “외식업종은 인건비와 배달 중계 수수료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상황을 헤아려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