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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대성심병원
정상 범위보다 살짝 높은 혈압, 이른바 '상승 혈압(Elevated Blood Pressure)' 단계에서도 치매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제시됐다. 특히 중년층과 여성에게서 위험 증가가 두드러져 '고혈압 진단 전엔 안심해도 된다'는 인식이 사실상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팀(정영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종욱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280만 명 데이터를 기반으로 혈압과 치매 발병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심장학회(ESC)가 2024년 개정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새롭게 도입한 ‘상승 혈압’ 구간(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70~89mmHg)의 임상적 타당성을 대규모 인구집단에서 처음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2009~2010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해 정상 혈압, 상승 혈압, 고혈압 세 그룹의 치매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전체 치매 위험은 상승 혈압 단계에서 1.6%, 고혈압 단계에서 2.9%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위험 증가가 훨씬 컸다. 정상 혈압 대비 상승 혈압 단계에서 16%, 고혈압 단계에서는 무려 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이 오를수록 혈관성 치매 위험이 계단식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셈이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40~64세 중년층에서 위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상승 혈압군은 정상군보다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군은 33.8% 증가했다. 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에게서 혈압 상승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이 훨씬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남성은 고혈압 단계에서만 유의한 상관성이 확인됐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승 혈압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실제 치매,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효함을 증명한 첫 대규모 연구"라며 "수축기 혈압이 120mmHg만 넘어도 뇌혈관 건강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고혈압 진단 전이라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위험도가 더 크게 증가하는 만큼, 생활습관 교정과 조기 관리가 치매 예방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혈압 범주에 따른 치매 위험: 대한민국 전국민 연구(Dementia risk across blood pressure categories: a South Korean nationwide study)'라는 제목으로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공식 학술지인 European Heart Journal(IF 35.6) 최신호에 실렸다. 해당 저널은 Circulation, JACC와 함께 세계 3대 심혈관 임상 학술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