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출은 증가했지만 건설·부동산은 구조조정 지속금융·보험업 9.6조 급증 … 실물 경기 회복과는 온도차건설업 5분기 연속 감소, 제조업 투자도 둔화 조짐겉으로는 호조, 속내는 위축 … 대출 통계의 ‘착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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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분기 산업 대출이 20조원 넘게 늘었지만, 증가한 자금은 실물 경기 회복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전체 대출 잔액은 확대됐으나 건설·부동산 등 경기 민감 업종은 오히려 위축됐고, 금융·보험업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출 착시’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 대출 잔액은 2014조 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0조 2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 대출이 20조 4000억원 늘어난 반면, 농·수협·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은 3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가 이어지면서 비은행권은 여전히 여신 공급에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동반 부진이다. 건설업 대출은 102조 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원 감소해 5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업 대출 역시 468조 6000억원으로 1조 4000억원 줄며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대출 매각·상각이 동시에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 대출은 501조 5000억원으로 4조 1000억원 증가했지만, 2분기 증가 폭(6조원)보다는 둔화됐다. 특히 시설자금 대출은 2분기 3조 4000억원 증가에서 3분기 1조 2000억원 증가로 급격히 줄었다. 반도체 정책자금 효과가 희석되며 기업들의 신규 투자 수요가 주춤해진 모습이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1284조 4000억원으로 15조 7000억원 늘어나며 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금융·보험업 대출이 9조 6000억원 급증해 2분기 증가분(1조 3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지주회사와 특수목적법인(SPC) 대출 확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부실 부동산 자산 매입을 위한 자산관리회사 자금 조달이 집중된 영향이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13조 6000억원 늘어 기업들의 단기 유동성 확보 수요가 여전함을 보여줬고, 시설자금은 6조 6000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공격적인 확장보다 현금흐름 방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3분기 대출은 ‘확대’보다 ‘왜곡’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은 늘었지만, 경기의 핵심 축인 건설과 부동산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