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고금리에도 수요 유입…급전 마련 위한 불가피하 이동집값·가계부채 관리 여파…은행, 개인사업자 대출부터 축소통화정책 혼선에 시장금리 상승…자영업 이자 부담 확대연체율 상승→건전성 부담 확대…신용경색 '악순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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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가계부채와 집값 안정을 겨냥한 총량 규제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자금줄이 빠르게 조여지고 있다.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줄이는 사이 카드사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대출은 늘고 있다. 연 10%대 중후반의 고금리에도 수요가 유입되는 것은 자금 조달이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이동'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10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전업 카드사 8개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조180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1%(181억원) 증가했다. 이 대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세 달 연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급전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 대비 이자 비용이 큰 카드사 대출은 경기부진 속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당장의 자금 마련이 우선시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온투업 대출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온투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8% 넘게 증가해 처음으로 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법인 신용대출은 지난달 452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2%가량 늘었다. 

    이처럼 카드·온투업 대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최근 두 달간 1조5427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규제 대응과 연체율 상승, 자본비율 방어 부담 등을 이유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을 위해 은행권 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있다.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패널티가 부과되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우선 축소하는 유인이 커진다.

    가계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확실해 위험가중치가 낮은 반면,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은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은행 전반의 대출 전략에 영향을 미치며 자영업자 자금 조달 환경을 먼저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13~6.73%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한 지난달 중순(3.91~6.21%)과 비교하면 하단은 0.22%포인트(p), 상단은 0.52%p 상승한 수준이다. 

    이러한 고금리 환경은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6%로, 한 달 전보다 0.04%p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9월 0.65%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경기 침체로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이자 비용까지 확대되면서 원리금 상환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이를 거둬들이는 등 통화정책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시장 금리 형성 과정에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자극 우려 속에 완화 기대가 사실상 소멸되자 시장은 동결 장기화, 나아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준금리는 2.50%로 묶여 있지만, 은행채와 국고채 등이 먼저 상승하며 시장금리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목표는 분명하지만, 자금 흐름의 전이 효과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량 규제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자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수요가 카드사와 온투업 등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되면 상환 능력은 빠르게 약화된다. 연체율 상승은 다시 은행과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부담을 키우고, 이는 추가적인 여신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금 경색이 또 다른 자금 경색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압박은 자영업 부실을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