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프리미엄 6%에 그쳐 … 미국의 4분의 1 수준AI 인력의 16% 해외 근무 중, 팬데믹 제외 15년째 순유출성과 보상 미흡한 구조가 인재 이탈 가속기업은 채용난, 인재는 탈한국 … AI 생태계 흔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국내 인공지능(AI) 인재의 임금 경쟁력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보상 구조가 인재 해외 유출로 직결되면서 한국의 AI 경쟁력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기술 인력은 약 5만 7000명으로 추산됐다.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프랑스(7만명)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특히 국내 AI 인재의 임금 프리미엄은 비(非) AI 인력 대비 평균 6%에 그쳐 미국(25%),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뒤처졌다.

    임금 격차는 곧바로 인력 유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해외에서 근무 중인 국내 AI 인재는 1만 1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했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15년간 매년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순유출 구조가 고착화됐다. 해외 근무 국가로는 미국이 63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AI 기술 보유자의 해외 근무 확률도 일반 인력보다 약 27%포인트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 기술별 보상 격차도 뚜렷했다. 패턴 인식, 뇌과학, 신호 처리 등 일부 고부가 기술은 상대적으로 임금 프리미엄이 높았지만, 딥러닝·머신러닝 등 범용 기술 인력은 보상 수준이 낮아 해외 이동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 차이가 기술 인력의 이동 방향을 가르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들 역시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상당수가 채용 확대와 고임금 지급 의향을 보였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기대 임금과의 괴리가 실제 채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성과 중심 보상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점도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력 양성 정책을 넘어 글로벌 기준에 맞는 보상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AI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값싼 인재 전략’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낮은 AI 임금 프리미엄은 인재 유출을 구조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성과 중심 보상, 연구·산업 생태계 강화 없이는 인재 전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