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루닛 공동 연구, 면역항암 치료 환자 143명 분석종양침윤림프구·내피세포 밀도 높을수록 반응률 최대 5배AI 병리 분석으로 맞춤 치료 전략 확장 기대
  • ▲ ⓒ삼성서울병원
    ▲ ⓒ삼성서울병원
    표적치료제 내성으로 치료 선택지가 제한되는 EGFR 변이 폐암 환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방영학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박근호 교수, 루닛 오진우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EGFR 표적치료제 내성 이후 면역항암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143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며 환자 5명 중 4명은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다. 이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는 특히 아시아 환자에서 절반 가까이 관찰된다. EGFR 표적치료제(EGFR-TKI) 도입 이후 생존율은 크게 개선됐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수개월에서 수년 내 내성을 겪으며 이후 치료 전략 선택이 어려워진다.

    EGFR 변이 폐암은 종양 미세환경이 면역 반응에 불리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표적치료제 내성 이후 면역항암제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일부 환자에서 면역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반응 가능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 아이오(Lunit SCOPE IO)'를 활용해 종양 조직을 암세포 영역과 주변 기질 영역으로 구분한 뒤 각 영역에서 종양침윤림프구와 혈관내피세포의 공간적 분포와 밀도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표적치료제 내성 이후에도 암세포 영역 내 종양침윤림프구 밀도가 높은 환자는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4.3배 높았으며 암 진행 없이 지낸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도 2.7배 길었다. 이러한 경향은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을 병합한 치료군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은 환자군에서도 면역항암제 반응률은 5.2배 높았고 무진행생존기간은 1.4배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표적치료제 내성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종양침윤림프구는 감소하고 혈관내피세포는 증가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면역세포나 내피세포 밀도가 유지된 환자는 면역항암 치료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암세포 영역 내 종양침윤림프구와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EGFR 표적치료제 내성 이후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핵심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훈 교수는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표적치료제 내성이라는 한계 상황에서도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환자별 종양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 전략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면역항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IF 10.6)'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