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계 넘은 비강 분무제 급여화, 현장 안전성 전환점환자단체 "급여는 출발점…처방·현장 적용까지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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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루카겐 하이포키트(GlucaGen HypoKit). ⓒ노보 노디스크
1형당뇨병 환자에게 글루카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좌우하는 응급 의약품이다. 저혈당 혼수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의 생명을 되돌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필수 약제는 지난 7년간 건강보험 밖에 머물며 환자와 가족에게 비용과 불안을 감내하게 했다. 그런 글루카곤이 이번에야 건강보험 급여로 편입되면서 뒤늦게나마 제도적 안전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글루카곤 제제를 포함한 일부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골자로 한 고시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비강 분무형 글루카곤 '바크시미'와 주사제 '글루카겐 하이포키트'가 급여 목록에 오른다.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1형당뇨병 환자의 생명줄인 글루카곤 제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우회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약가 조정이 아니라, 국가가 응급 생명 안전망을 회복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저혈당 응급약이 비급여였던 7년, 구조적 실패글루카곤이 보험 밖에 머문 배경은 제도 구조에 있다. 2017년 국내 생산 글루카곤 제제 '가르콘주'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긴급도입의약품'에 의존해 왔다. 문제는 이 제도가 비급여라는 점이었다.저혈당 혼수는 수십 분만 지연돼도 혼수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상황이지만 환자들은 약제 수입 시점에 따라 개당 약 6만원에서 최대 27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했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생명을 살리는 응급약을 아예 처방받지 못하는 사례도 반복됐다.환우회는 "긴급도입의약품 중 약 18%는 이미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데 생명과 직결된 글루카곤만 비급여로 남아 있었던 현실은 명백한 제도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주사에서 분무로…응급 대응 방식의 전환이번 급여화의 또 다른 의미는 투약 방식의 변화다. 환우회는 기존 주사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강 분무형 글루카곤 '바크시미'의 긴급도입과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저혈당 혼수 상황은 보호자나 학교 보건교사처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사제는 조제 과정에서 실수 가능성이 크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투약 실패 위험도 높다. 반면 비강 분무형 제제는 주사나 조제가 필요 없어 비전문가도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이번 고시에 따라 바크시미 나잘스프레이는 20만6785원, 글루카겐 하이포키트주는 6만3657원의 급여 가격이 적용된다. 환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응급 대응의 현실성을 높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급여는 시작일 뿐…현장 처방까지 이어져야"이번 급여 등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협조 속에 이뤄졌다. 식약처는 환자단체 의견을 수렴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 전달하고, 대한당뇨병학회에 전문가 의견을 요청하는 등 급여화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희귀·필수의약품센터 역시 공급이 어려운 바크시미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등록하고, 해외 판매사와 협력해 수급 안정에 나섰다.다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급여 등재가 곧바로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환우회는 "의료 현장에서의 실제 처방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종이 위에만 남는다"며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도 응급 투여가 가능하도록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