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둘러싼 신호 넓을수록 허혈·출혈 위험 동시 증가경희대병원 연구팀, 혈관벽 MRI 기반 예측 지표 제시
  • ▲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 ⓒ경희대병원
    ▲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 ⓒ경희대병원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영상학적 단서가 확인됐다. 혈관을 덩굴처럼 둘러싸는 이른바 '아이비 사인(Ivy sign)'이 넓게 관찰될수록 허혈성과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모두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 연구팀은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의 고해상도 혈관벽 MRI 영상을 분석해 혈관 벽 이상 신호 형태가 뇌졸중 진단과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모야모야병은 뇌로 가는 주요 혈관이 점차 좁아지거나 막히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뇌혈류가 부족하거나 혈관이 불안정한 것이 특징으로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자 125명의 고해상도 혈관벽 MRI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혈관을 따라 덩굴처럼 둘러싸인 형태의 조영 증강 신호인 아이비 사인이 공통적으로 관찰됨을 확인했다. 아이비 사인은 혈관의 기능적 변화와 병리적 활성도가 영상 신호로 나타나는 소견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아이비 사인의 범위와 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TVIS(Total Vessel Wall Magnetic Resonance Ivy Sign score)' 체계를 적용했다. 뇌를 상전두 하전두 전중심 중심 후중심 두정 등 6개 고랑 영역으로 나눠 분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심부 고랑에서 아이비 사인이 가장 넓고 뚜렷하게 관찰됐으며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가 분석에서는 TVIS 점수가 높을수록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욱 교수는 "아이비 사인은 혈관 벽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신호 강도로 모야모야병의 활성화 또는 병리적 진행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영상적 특징"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아이비 사인을 평가하는 TVIS 체계가 뇌졸중의 종류와 혈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예측적 영상 바이오마커로서 잠재적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고 치료 시점 결정과 예후 판단에 활용 가능한 새로운 영상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해당 연구 논문은 성인 모야모야병에서 혈관벽 MRI로 관찰되는 고랑 고신호 혈관 징후(Sulcal Hyperintense Vessel Sign in Adult Moyamoya Disease)라는 제목으로 SIC급 국제 학술지 'Stroke: Vascular and Interventional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