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에도 의료현장은 위기 지속…지역·필수·응급의료 붕괴 경고의료는 경쟁 아닌 '조화와 분담' … 인력 수급 근본 재설계 필요KDRG·건보 재정 한계 도달 … '파부침주' 각오로 지속가능성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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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력, 건강보험 제도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촉구했다.이 회장은 "전공의 복귀로 비상진료체계는 해제됐지만 의료현장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물가·인건비 상승,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지역·필수·응급의료 위기가 병원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초고령사회, 환자 쏠림과 의료 양극화, 급변하는 기술 환경 역시 병원 경영과 의료체계에 중대한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현재 병원계를 "거센 파도 앞에 선 상황"으로 규정하면서도, 전화위복의 지혜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 재검토를 제시했다. 의료기관 간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 구조 속에서 수익이 되지 않는 필수 영역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병상과 고가 의료장비는 과잉 투자로 비효율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의료제도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며, "의료는 경쟁이 아니라 '조화와 분담'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의료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정교한 접근을 주문했다. 전국 단위의 추상적 추계가 아니라 지역 단위·전문과목별 수요 예측과 중장기 인력 공급 전략이 병행돼야 하며, 적정 보상과 함께 사법 리스크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필수의료는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 의료인력들이 사법적 위험 부담으로 필수의료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이제 결단의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경증 진료에 대한 무분별한 혜택은 조정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책임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형 입원환자 분류체계인 KDRG가 환자의 임상적 복잡성과 자원 소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포괄수가사업과 각종 평가·지원 사업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본 틀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간병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현장 적용이 가능한 대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외상·분만·소아·감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의사가 없어 문을 닫는" 현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필수의료 수행기관의 적자 보전과 인력 양성·수련 인센티브를 결합한 패키지 정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이 회장은 건강보험 재원 구조 개선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시했다. 건강보험 외 재정 투입 확대와 지역 중심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별도 투자가 병행돼야 하며, 이는 균형 잡힌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이성규 회장은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와 국회에 분명히 말하고 끝까지 행동하겠다"며 "파부침주의 각오로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붉은 말의 힘찬 기운을 받아 우리 의료계가 미래를 향해 함께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