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성장 2.0%·물가 2.1% 전망국제 유가 하락에도 내수 개선 효과 제한 'K자형' 성장 불균형 지속에 양극화 뚜렷 소득·자산 양극화 심화·잠재성장률 하락
  •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지만 성장의 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2.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내수 개선에 따른 상방 압력이 상존한다. 특히 성장 동력이 대기업과 정보통신(IT) 산업에 편중되면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지역간 격차 확대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른바 'K자형 성장'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경제 여건 전반에 대한 평가는 녹록지 않다. 

    ◇ 내수 회복 낙관론 속 환율·부채·투자 '경고음'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 소비심리 개선과 정책 효과에 힘입어 소비 증가세 확대되고 선행지표 개선에 따른 건설 부진 완화로 내수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외환·부동산시장 불확실성과 가계부채·새마을금고 연체율 등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 

    실제 원·달러 기말환율은 지난해 3분기 1403원에서 4분기 1439원으로 상승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셋째주에 주간 기준 0.50%까지 오르며 사상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값은 12월 다섯째주 0.21%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8월 4.7%, 9월 1.1%, 10월 4.9%, 11월 4.1%을 기록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2024년 6월 7.24%에서 지난해 6월 8.37%로 확대되며 리스크가 누적되는 모습이다. 

    순수출은 반도체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가 겹치면서 지난해보다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동안 수출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전반의 수출 경쟁력 약화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소비자물가는 내수 개선 등 상방 요인이 존재하지만 주요 산유국 증산 등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와 같은 2.1%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상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물가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세다. 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가 맞물리며 성장 여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대체로 1%포인트(P)씩 지속 하락해 온 잠재성장률은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대 1% 내외, 2040년대 0%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 성장기여도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2030년 전후로 마이너스 전환되며  '인구 보너스' 시대가 끝나고 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경직적 규제와 시중 자금의 부동산 편중으로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와 밸류체인 위기 등 세계경제질서 변화로 투자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2000년대 4.6%였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2010년대 3.2%로 낮아진데 이어 2020년~2024년 1.2%까지 떨어지며 위축 흐름도 뚜렷하다.

    이 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한 가운데 중국의 기술 추격과  인공지능 전환(AX)·녹색 전환(GX) 지연, 중소·서비스업 저생산성 등으로 생산성도 정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민간소비가 실질구매력 증가와 소비심리 회복 등을 바탕으로 올해 1%대 후반까지 늘어나고, 성장을 갉아 먹었던 건설 투자도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증가율도 당초 20~30%에서 40~70%까지 늘어나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에 마련한 성장 전략 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해 2%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 ▲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소득은 벌어지고 자산은 쏠림 … 양극화 경고음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데다 자산 격차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배는 1990년대 후반 급격히 약화된 이후 2010년대 들어 복지 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불평등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산 격차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가 0.625를 기록하며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격차 확대의 배경으로는 산업 재편 등 경제 구조 변화와 함께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이 복합작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대 이후 개방화와 IT화로 비교 우위에 있는 대기업과 IT 산업으로 성장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 IT 부문 성장 기여율은 1990년대는 1.0%에 불과했지만 2020~2010년대는 11.6%로 급증했고 2020~2024년에는 30.5%까지 치솟았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2020년 기준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6.8% 수준으로 OECD 28개국 평균(55.8%)를 크게 밑돌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소득 양극화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우려로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이 약화되고 협상력 차이로 납품 대금 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세전 ·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한국은 17.6%로 OECD 24개국 평균(35.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생산 소득 양극화는 지역 간 불균형 심화와 자산 양극화로 이어졌다. 비(非) IT 중심 지역 산업단지가 쇠퇴하면서 청년층이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기업 역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인구와 기업이 밀집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 양극화를 촉발했다. 

    이같은 'K자형 성장'은 형평성 문제를 넘어 성장 잠재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 주체들의 교육과 근로 의욕이 저하되면서 인적 자본 형성이 저하된 것이다. 지역 격차 심화로 수도권 경쟁과 양육 부담이  확대되고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면서 출생률 하락과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 소비 성향이 저소득층보다 낮은데다 부동산으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가 민간 소비를 제약하면서 내수 기반 역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훈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가계 계층별 문제가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문제는 대·중기상생 성장 전략을 조만간 발표하고, 소상공인은 내수 활성화를 통한 매출 기반 확대와 생활형 연구개발(R&D)를 통해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 내 소득·자산 양극화는 정책 서민금융을 포함한 포용금융 확대를 비롯해 보완책으로 근로장려세제(EITC)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