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반려견 아토피 치료제 품목허가 신청'세계 최대 동물의약품 기업' 조에티스 아성에 도전장세계 최초 반려견 당뇨병 치료제-비만 치료제 등 시장 선점 속도제약업계, 정부 육성책과 맞물려 산업 확대 및 미래 먹거리 기대감
  • ▲ 반려동물 치료. 호서대 제공. ⓒ연합뉴스
    ▲ 반려동물 치료. 호서대 제공. ⓒ연합뉴스
    대웅제약이 국내 최초로 반려견용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세계 최초로 반려견 당뇨병 치료제도 품목허가 신청을 했고, 반려견뿐만 아니라 반려묘에 대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동물의약품 분야 '블록버스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성분명 '플로디시티닙'의 반려견용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제품은 대웅제약이 자체 발굴한 소분자 신약물질 플로디시티닙을 반려동물 전용의약품으로 개발한 사례다.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나타났다고 대웅제약은 설명했다.

    플로디시티닙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반려견용 JAK 억제제 계열 아토피 치료제다. 2023년 임상 2상을 완료한 데 이어 2024년 임상 3상에 진입했으며 지난해 말 임상 3상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동일 성분을 기반으로 인체용 의약품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JAK 억제제는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이 되는 염증 신호전달을 차단해 가려움과 피부염증을 완화하는 치료제다. 특히 플로디시티닙은 피부질환과 밀접한 JAK3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동시에 면역반응을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다른 경로까지 함께 억제해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 부담은 낮출 수 있는 치료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은 "조에티스의 경구용 아토피 치료제의 경우 2024년 매출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린 그 제품보다 더 좋은 효과를 확보했기 때문에 아마 좋은 결과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에티스는 2013년 화이자 동물보건사업부가 독립한 동물의약품 전문기업으로, 현재 동물의약품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백신, 항염증제, 진통제, 사료, 영양제 등 300개 이상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ETC그룹에서 발간한 보고서 '푸드 배런즈(Food Varons)'를 보면 글로벌 동물의약품 시장은 조에티스, 머크, 베링거인겔하임, 엘란코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점유율은 조에티스가 27%로 1위, 머크 18%, 베링거인겔하임 16%로 상위 3개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상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진입 장벽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동물의약품 산업의 성장성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속도감 있게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제약사들이 동물용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 기간이 짧고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동물의약품도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사람이 쓰는 인의약품에 비하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신약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후보물질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사람에 쓰려고 개발 중인 의약품은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동물실험을 거친 만큼 경우에 따라 동물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임상 데이터 및 허가기준을 새로 맞춰야 하는 인의약품과 달리 동물의약품은 국가간 허가 데이터 호환성이 높아 수출 확장에 유리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별 맞춤치료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제약사들도 인의약품 개발로 축적한 기술력을 동물의약품 분야에 적용해 개발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시장 진입을 늘어나게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2023년 기준 700만가구를 넘어섰다. 반려동물시장 규모는 2020년 2조3000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국내보다 확장 속도가 더 빠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동물의약품산업 규모는 248억7000만달러(약 33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229억8000만달러에서 8.22% 성장한 수치다.
  • ▲ 반려동물 접종. ⓒ연합뉴스
    ▲ 반려동물 접종. ⓒ연합뉴스
    대웅제약 역시 마찬가지다. 박준석 센터장은 "이전에는 동물의약품이라고 하면 영양제를 많이 생각했었으나, 반려동물이 확산하면서 동물용 신약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커지고 있다는 것을 6년 전부터 파악하고 동물용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에 앞서 대웅제약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펫'에 대한 품목허가를 지난해 10월 신청했다. 엔블로펫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인체용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용량으로 재구성·개발한 약이다.

    세계 최초의 반려견용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혈당 조절을 위해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인슐린 의존도를 낮춰 저혈당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또 투약 후 인슐린 요구량이 점차 증가하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며 질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동물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엔블로펫을 투여한 반려견 중 약 73.3%가 혈당 지표인 프럭토사민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60%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박 센터장은 "반려견의 당뇨는 인슐린 단독 투여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관리가 어려운 데다 투여량에 따라 케톤산증이나 저혈당 쇼크 위험이 있어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SGLT-2 억제제 기전을 활용한 다양한 적응증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6~7월쯤 허가가 나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반려견에 대해 우선적으로 데이터를 갖고 있고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묘에 대한 데이터들도 계속 확보하고 있어 반려동물 모두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또 엔블로펫의 주성분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비만 치료 가능성도 확보했다. 해당 성분을 개과 동물의 비만 예방 또는 치료용 약물로 특허를 냈다. 비만견에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투여해 이 성분이 비만견의 신체충실지수, 체중, 지방 두께, 체지방률, 가슴둘레 및 허리둘레를 감소하는 효과가 우수한 것을 확인했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수의사의 비만 판정'을 받은 동물 규모는 전체 반려동물의 14.7% 수준이다. 특히 비만은 동물 스트레스를 높이고 고혈압, 당뇨 등 관련 질환 발생률을 높인다.

    대웅제약은 동물용 신약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령견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동물용의약품 임상시험과 CRO(임상시험수탁기관)사업까지 확장하는 등 전문의약품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정부도 동물의약품산업 육성에 나서며 제약사들의 진출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동물용의약품산업 발전방안을 통해 △연구개발(R&D) 강화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클러스터 구축 △규제 혁신 △허가 기간 단축 △수출·금융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10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제조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사업으로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관련 예산은 약 80억원이 편성됐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 경쟁 심화, 약가 규제 강화, 연구개발비 증가 등으로 제약사들의 성장성이 둔화한 상태지만, 고령 반려동물 증가와 건강관리 고도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동물의약품 시장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반려동물 헬스케어가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