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초저가만 살아남았다… 중간 소비 어디로‘싸거나, 특별하거나’… 고물가 시대 유통 소비 달라져침체 아닌 재편, 소비 양극화가 바꾸는 유통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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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ChatGPT(DALL·E 기반 생성)
고물가와 경기 둔화 속에서도 유통 소비는 일제히 위축되기보다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명품과 고급 외식, 특급호텔 소비 등 고가·프리미엄 영역과 다이소·자체 브랜드(PB)로 대표되는 초저가·가성비 소비는 각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중간 가격대 상품과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소비 침체가 아닌 구조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왜 이 돈을 써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소비만 살아남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백화점에서는 명품과 시계·주얼리 등 고가 카테고리 비중이 확대되고, 호텔과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한 고급 외식 소비 역시 성수기마다 예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반면 일상 소비 영역에서는 다이소를 비롯한 초저가 채널과 유통사의 자체상표(PB) 상품이 빠르게 성장하며 가격 민감 소비를 흡수하고 있다. 고가와 저가가 동시에 힘을 받는 사이, 중간 가격대 유통 채널과 브랜드는 선택지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소비 양극화 배경은 경기 불황이다. 실제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는 위축되기보다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Guler, A. U. & Singh, V.의 'Polarized Consumption' 연구논문에서 연구진은 “해외 연구에서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는 중간 가격대를 비켜가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갈라지는 ‘양극화 구조’가 강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이어 “소비는 줄어들기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진 양극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중간 선택지가 가장 먼저 배제된다”고 밝혔다.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한 진단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5대 소비분화 현상과 시사점’에 따르면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구입하거나 중고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형태를 확대하는 한편, 절약한 지출을 바탕으로 초고가의 상품과 서비스에는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실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는 소용량·소포장 구매, 공동구매, 중고거래 등 절약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확보한 자금을 명품이나 초고가 서비스 이용에 사용하는 양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향후에도 1인 가구 증가와 명품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소량 구매 패턴과 초고가 소비 지출 형태는 양립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초저가나 초고가에 해당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상존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마케팅과 전략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증권가 역시 소비의 ‘회복’과 ‘양극화’를 동시에 보고 있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소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으나, 소비 양극화 심화 속에서 편의점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대적 열위에 놓였다고 진단했다.2025년 상반기 편의점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점포 순증 속도가 조절됐고, 이후 소비 쿠폰 지급 효과와 부진 점포 폐점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저 효과로 인한 소비 경기 회복이 예상되지만, 소비 양극화 자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다이소는 1000원짜리로 연간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백화점 보석·시계 매장은 가격 인상 뉴스 하나로 두자릿수 매출 신장을 기록한다”고 말했다.이어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합리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초저가부터 럭셔리까지, ‘극단 소비’를 전략적으로 학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동시에 세분화된 취향을 기반으로 한 파편화 소비가 확산되면서, 유통업체와 제조사가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메리츠증권 김정욱 연구원 역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2026년에도 채널 소비의 ‘트레이딩 다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순으로 소비 환경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인바운드 외국인 소비 수혜가 예상되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이같은 소비 양극화는 거시 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양극화 심화에 따른 ‘K자형 성장’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K자형 성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산·소득·소비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과거와 다른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외형과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지겠지만 다수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균등, 성장의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 차이가 아닌 경제 시스템에 던지는 구조적 질문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제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특정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소비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과거와 같은 균등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재의 소비 양극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재편의 결과"라며 "중간이 사라진 시장에서 유통 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설득 가능한 이유’를 중심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