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소 관리 부실 도마에당국, 주주 지분 규제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사고 원인과 규제 수단 간 불일치 의문 제기전문가 "강력 처벌에 초점 맞춰야 재발 방지"
  • ▲ 빗썸. ⓒ뉴데일리DB
    ▲ 빗썸. ⓒ뉴데일리DB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리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넘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다만 내부 운영 실패를 계기로 거래소의 소유 구조까지 제한하려는 입법 논의가 확산하면서, 규제 방향이 과도하게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전산 사고가 '지분 규제'로 … 빗썸 사태가 부른 디지털자산기본법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들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전달했으며, 빗썸 사태를 계기로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 ▲ 금융위원회. ⓒ뉴데일리DB
    ▲ 금융위원회. ⓒ뉴데일리DB
    이번 논의의 시작은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고'다.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리워드 이벤트에서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비트코인 62만개를 잘못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이 자체 보유한 수량의 3500배 달하는 규모다.

    사고 직후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긴급 회의를 열고, 빗썸이 실제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어떻게 지급할 수 있었는지 집중 조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를 점검하고, 적절한 통제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민간 서비스가 아닌 공적 인프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특정 주주에게 권한이 집중되면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지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현행 신고제 대신 인가제가 적용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20% 제한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 의무화 ▲전산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 무과실 책임 규정 ▲외부기관에 의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정기 점검 ▲은행 지분 50%+1주를 통한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성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대주주 지분 규제가 시행되면 주요 거래소들의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 두나무와 코빗에 각각 투자한 네이버와 미래에셋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금융 계열사를 통해 두나무 지분 100%를 가지는 구조여서 규제 적용 대상이다.
  •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종현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종현 기자
    ◇ 지분 제한, 실효적 수단 의문 … 전문가 "강력 처벌에 초점 맞춰야"

    일각에서는 빗썸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내부 전산 통제 실패였다는 점에서, 대주주 지분 제한이 과연 적절한 대응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운영상 문제를 이유로 소유 구조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분 규제가 사고 재발 방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오지급 사고를 막는 데 실효적인 수단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분을 20%로 제한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행정적 실수나 내부 관리 실패가 원인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지분 규제보다 사고 발생 시 강력한 처벌 규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의 시각도 엇갈린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에 포함될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는 24일 자문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종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민주당 TF 자문위원들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미 형성된 지분을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문위원들은 TF에 제출한 의견서에 "사후적 지분 제한은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시장 독과점이나 이해충돌 우려만으로는 재산권 제한이라는 헌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또한 헌법적 검토 없이 지분 규제가 추진될 경우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문위원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자체가 위헌 논란에 휘말리면 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핵심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성격 규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볼 것인지, 민간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유사한 규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