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분산→혁신 촉진? "근거 부족"3+1 유예기간…헐값 인수 우려규제 강화 땐 해외 이탈 '풍선효과'디지털자산법 '혁신 위한 규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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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6 특별세미나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 방안'이 열린 가운데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규제는 혁신 돕는 가이드라인이어야지,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되어선 안 됩니다."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산업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혁신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특별세미나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 방안'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토론자들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산업 현실과 글로벌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 경영권 위축·헐값 인수 우려"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기업 경영권과 투자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조영기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민간 기업의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형성된 시장을 사후 규제하는 방식은 기업에 큰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스타트업에게 '크게 성장하면 규제가 따라온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관련해 조 사무총장은 경영권 안정성과 투자 환경에 미칠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3+1 유예기간을 두고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방식은 인수자에게 협상력을 주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헐값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자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구조인 만큼 국내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과 투자자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임병화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도 디지털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거래소는 기업 자금조달의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시장"이라며 "투자자와 사업자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에서 국내만 강한 규제를 도입하면 시장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거래소 지분 규제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공식 보고서를 최근 공개한 만큼 정부가 법률 검토를 거쳐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분 규제에 예외를 인정한다고 해서 위헌 논란이 모두 해소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6 특별세미나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지분 분산→혁신 촉진? "근거 부족"대안으로는 지분 규제보다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지분 분산이 혁신을 촉진하거나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연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지분이 분산될수록 책임 경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연구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금융 환경이 인공지능 기반 자동 거래 시스템으로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3~5년 안에 인공지능(AI)이 결제를 수행하는 금융 환경이 등장할 것인데, 이러한 미래 금융 인프라를 전통 금융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류혁선 카이스트 교수는 금융의 미래가 AI 기술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전통 금융시장과 동일한 규제 틀로 바라보는 접근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자산은 국경을 초월한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간주해 소유 구조를 강하게 제한하는 방식이 과연 글로벌 시장 구조와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법, 혁신 위한 규제 돼야"정치권에서도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자산 규제 논의가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규제 전반과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민간 은행을 강하게 통제하던 정부 정책과 유사한 접근 방식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면서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다만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전히 방향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정 협의를 통해 입법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정책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5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20%'를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당정 협의는 중동 사태로 연기됐다.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마련이 늦어질수록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