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측 이사 4명 추천 … 이사회 6대3 재편 가능성롯데 53% vs 태광 45% … 견제·균형 구조 흔들리나통행세 거래 공정위 신고까지 … 지배구조 갈등 확산
  • ▲ ⓒ롯데홈쇼핑
    ▲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을 둘러싼 롯데그룹과 태광그룹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태광그룹이 롯데홈쇼핑의 상품 유통 구조를 통행세 거래로 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이어 오는 주주총회를 계기로 이사회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양측 충돌이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태광그룹은 약 20년간 유지돼 온 이사회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일부 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절차지만 이번 주총은 단순한 인사 안건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롯데 측 인사 4명을 신규 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롯데 측 5명, 태광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이사회가 롯데 6명, 태광 3명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롯데 측이 이사회 3분의 2를 확보하게 돼 주요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 같은 구도는 롯데홈쇼핑의 지분 구조에서 비롯됐다. 현재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의 지분은 53.49%, 태광그룹 지분은 44.98% 수준이다. 지분 격차는 약 8.5%포인트(P)에 불과해 태광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다.

    태광그룹이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가 된 배경은 2000년대 중반 우리홈쇼핑 인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광그룹은 홈쇼핑 사업을 단순 유통 채널이 아니라 미디어·방송 사업과 연결되는 성장 축으로 보고 우리홈쇼핑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섰다.

    지분을 빠르게 사들이며 2006년 중반 약 45% 수준까지 확보했지만 이후 롯데쇼핑이 기존 최대주주 측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은 최대주주가 됐고 태광그룹은 2대 주주로 밀려났지만 확보한 지분 규모가 컸던 만큼 이후에도 강한 견제력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지분 구조는 이후 주요 경영 현안마다 양측 간 갈등을 반복적으로 불러왔다. 롯데홈쇼핑의 법인명이 현재 우리홈쇼핑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사명 변경은 정관 변경과 맞물린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어서 2대 주주인 태광그룹의 동의 없이는 처리하기 어렵다.
  • ▲ ⓒ태광그룹
    ▲ ⓒ태광그룹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졌다.

    태광그룹은 2007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최대주주 승인을 내준 것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2011년 대법원에서도 롯데 측 승소가 확정됐다. 이 판결로 2006년 인수 이후 약 4년 6개월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어 2022년에는 롯데건설 지원 논란 당시 태광그룹 반대로 지원 규모가 당초 5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홈쇼핑이 이사회에서 올해 내부거래 한도를 670억원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태광 측 이사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약 290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갈등은 상품 유통 구조 문제로까지 번졌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롯데홈쇼핑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롯데홈쇼핑과 납품업체 간 직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롯데쇼핑이 중간에 개입해 유통 마진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태광그룹은 이 같은 거래 구조가 사실상 롯데홈쇼핑이 롯데쇼핑을 수수료 형태로 지원하는 부당 지원 거래라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신고 내용만으로는 조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심사 절차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고 역시 지배구조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 이슈 제기라기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롯데 측을 압박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의견도 나온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로서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약 20년간 유지돼 온 이사회 구조(롯데 5 : 태광 4)를 재편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협약 위반이자 대주주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롯데홈쇼핑은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사항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으로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태광그룹이 제기한 주주협약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와 태광 간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별도의 협약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사회 구성은 상법과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라면서 "대주주 횡포를 견제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고 그동안 무분별한 반대와 빈번한 외부 고발 등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가 더 큰 상황"이라면서 "2대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회사 발전을 위해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