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저PBR 종목 공개·태그 부착할 듯 PBR 0.5배 이하 260여곳, 대형주·금융사까지 광범위저평가 기업, 기관 자금 이탈·M&A 타깃 전락 우려 자산 재평가·주주환원 압박, 밸류업 대응 '생존 변수'
  • ▲ ⓒ증권사 HTS.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시장(관리종목, 정리매매 등 제외) PBR 0.5배 이하 종목은 261개로 집계된다.
    ▲ ⓒ증권사 HTS.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시장(관리종목, 정리매매 등 제외) PBR 0.5배 이하 종목은 261개로 집계된다.
    금융당국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낙인'을 찍는 강도 높은 구조개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 상장사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PBR 0.5배 이하 초저평가 종목이 260여곳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정책의 직접적인 타깃이 광범위하게 형성될 전망이다. 

    19일 최근 결산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기업  청산 가치의 50%도 안되는 PBR 0.5배 이하 종목(관리종목, 정리매매 등 제외)을 전수 추출한 결과 총 261곳으로 집계된다. 단순 중소형주를 넘어 전통 산업 대기업과 금융사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PBR 0.5배 수준에는 아세아, KG모빌리티, 삼화왕관, KTcs,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풍산홀딩스, GS건설, 팬오션, 환인제약, 팬오션 등이 포진했다.

    더 낮은 구간에는 DL이앤씨(0.46), 현대백화점(0.45), GS(0.45), CJ제일제당(0.42), 롯데지주(0.41) 등 핵심 대형주들도 줄줄이 포함됐다. 유통·소비재 업종에서는 이마트(0.25), 현대홈쇼핑(0.45), 롯데쇼핑(0.19), 롯데하이마트(0.2) 등 주요 기업들이 초저평가 구간에 위치했다.

    철강·건설 등 전통 산업군은 저PBR 집중도가 특히 높았다. 현대제철(0.26), 동국제강(0.28), KG스틸(0.29), DSR제강(0.42), 대한제강(0.48), HDC현대산업개발(0.46), 코오롱글로벌(0.34), 롯데케미칼(0.24)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업에서도 IM금융지주(0.48), 유진투자증권(0.47), 흥국화재(0.42), 현대차증권(0.37), 한화생명(0.36) 등 저평가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극단적인 저평가 사례도 적지 않다. 성창기업지주(0.18), 유성기업(0.18), 동국홀딩스(0.19), 유니드비티플러스(0.16), 무림페이퍼(0.18), 동국씨엠(0.17),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0.14), 티와이홀딩스(0.14), SUN&L(0.13), 핸즈코퍼레이션(0.13), 비비안(0.13) 등이 대표적이다. 윌비스는 PBR 0.02 수준까지 떨어져 청산가치 대비 98% 할인 상태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 안정화 및 체질 개선 방안'의 핵심은 저PBR 종목을 공개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압박하는 구조다. 예컨대 동일 업종 내 PBR 하위 기업은 거래소를 통해 명단이 상시 공개되고, HTS·MTS 종목명 옆에 '저PBR' 태그가 부착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구조적 저평가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셈이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 걸쳐 저PBR 종목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정책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퇴출 압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을 경우 저PBR 태그가 유지되면서 기관투자자 자금 이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대책은 명단 공개에 그치지 않고 적대적 인수합병(M&A) 활성화와도 맞물린다. 금융당국은 주주 충실의무를 강화해 경영진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기 어렵도록 하고, 인수 제안 시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PBR 0.5배 이하 기업들은 사모펀드(PEF)나 전략적 투자자의 인수 타깃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PBR 태그가 붙는 순간 사실상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낙인효과가 생각보다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방치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도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자산 재평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서둘러 내놓지 않을 경우 '2부 리그'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사 관계자는 "보유 자산을 공정가치로 재평가하고 밸류업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