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단 인터뷰]"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브랜드 역할 커져, 마케터의 기획력 중요""로컬의 현실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진정성을 만든다"
  • ▲ 김주미 현대차 상무. ⓒ현대차
    ▲ 김주미 현대차 상무. ⓒ현대차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소비자는 브랜드의 의도를 더 민감하게 읽어낸다. 이제 브랜드 적합성(relevance)은 기본,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성(authenticity)까지 갖춰야 크리에이티비티가 힘을 얻는 시대다.

    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Brand Experience & Activation)과 크리에이티브 커머스(Creative Commerce) 부문을 심사한 김주미 현대차 브랜드경험1사업부 상무를 만나 커지고 있는 브랜드의 역할과 올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크리에이티비티를 관통한 흐름에 대해 물었다.

    김주미 상무는 "이번 심사는 현대차가 중요하게 여겨온 '온 브랜드(on-brand, 브랜드다움)'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결국 사람과 고객이 중심인 브랜드인 만큼 기준점은 늘 브랜드 적합성에 있다"며 "그리고 그 역할은 단지 무언가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과 사회,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 ▲ '원 누들(ONE NOODLE)' 캠페인. ⓒBLKJ HAVAS 싱가포르
    ▲ '원 누들(ONE NOODLE)' 캠페인. ⓒBLKJ HAVAS 싱가포르
    그가 인상 깊게 본 캠페인은 BLKJ HAVAS 싱가포르가 대행한 하라쿠 라멘(HARAKU RAMEN)의 '원 누들(ONE NOODLE)'이다. 이 캠페인은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번거롭지 않게 먹을 수 있도록 라면을 길이 3.5미터의 한 가닥의 면으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한정 기간 동안 하라쿠 라멘 매장과 그랩푸드(GrabFood)를 통해 판매돼 주요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적은 미디어 예산에도 불구하고 캠페인은 빠르게 확산됐고, 몇 주 만에 2만 그릇을 완판시켰다. 1억명 규모에 이르는 인도네시아의 게임 문화를 정교하게 건드리며, 타깃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를 만들고 브랜드 존재감을 키웠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에선 브론즈를 수상했으며, 게이밍(Gaming) 부문 그랑프리와 다이렉트(Direct) 부문 실버, PR 부문 브론즈도 획득했다.

    김주미 상무는 "발상 하나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작은 아이디어라도 정확한 문제의식을 건드리면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중요한 것은 단순 노출이 아니라, 그 문화와 이용자 행동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들어가느냐는 점이다. 게이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 현대자동차가 '게임스컴 2025(gamescom 2025)'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Retro Arcade Game)을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현대차
    ▲ 현대자동차가 '게임스컴 2025(gamescom 2025)'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Retro Arcade Game)을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현대차
    현대차 역시 게임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젊은 이용자와 만나는 방식을 실험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gamescom)'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자체 게임 콘텐츠로 게임스컴에 단독 부스를 운영한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김 상무는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원래도 게임을 좋아하는 직원들로 구성했고, 프로젝트 초반 1년은 거의 게임을 이해하는 데 썼다"며 "사무실에 게임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도 자유롭게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게임 대회를 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음 세대와 연결되지 못한 브랜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현대차의 인식과 이어진다. 과거 현대차 브랜드의 타깃이 '오너(owner, 차주)'였다면, 지금은 '유저(user, 이용자)'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차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대여·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족이나 지인의 차를 타게 되거나, 혹은 아예 브랜드를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고객인 셈이다. 

    광고대행사가 중심인 광고제에서 브랜드의 직접 참여가 늘어나는 이유 역시 이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는 브랜드 출품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신설된 크리에이티브 B2B(Creative B2B) 부문에서는 전체 출품작의 46%가 브랜드가 직접 제출한 작품이었다.
  • 김주미 상무는 "예전에는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 제작 인력과 외부 파트너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 훨씬 다양해졌다"며 "특히 디지털 영역에서는 내부 인력이 훨씬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 1000만 조회수가 나온 회전하는 고양이 밈(OIIA CAT) 콘텐츠의 경우에도 막내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많아진 만큼,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가장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브랜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브랜드 마케터에게는 고객과 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획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브랜드가 광고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광고제 수상이 실제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어워드와 실제 사업 성과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김주미 상무는 "현대차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광고제에 참여해 왔다. 처음에는  글로벌 고객이 무엇을 주목하는지, 미디어가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눈여겨보는지, 그런 트렌드를 학습하는 장으로서의 의미가 컸다"며 "점차 광고제에서 수상한 프로젝트는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2차, 3차 확장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특히 "사실 마케팅은 돈을 쓰는 부서로 여겨지기 쉬운데, 전문 기관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팀원들에게 안도감과 자부심을 준다"며 "그 경험은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 더 큰 임팩트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광고제에 꾸준히 참여하고 배우는 과정 자체가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자, 사기 진작의 도구가 된다는 설명이다.
  • 아울러 김주미 상무는 이번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읽은 APAC 크리에이티비티의 핵심 키워드로 진정성을 꼽았다. 실제 지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한 캠페인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레오(LEO) 뭄바이가 대행한 마운틴듀의 '데어스코어(DARESCORE)' 캠페인이 그 예다. 네팔하면 에베레스트가 떠오르지만, 네팔은 전 세계 14개 최고봉 중 8개를 보유한 국가다. 마운틴듀는 디스커버리와 네팔 관광청, 30명 이상의 베테랑 셰르파와 협업해 데어스코어를 개발했다. 실제 등반 환경과 계절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등반 난이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네팔의 8000미터급 봉우리 가운데 7곳이 에베레스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어렵다.

    해당 캠페인은 TV 및 디지털 광고, 디스커버리 채널과 인플루언서 연계를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약 2000만명에게 도달했다. 등반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대상을 알려줌으로써 50만달러(한화 약 7억원) 이상의 신규 지역 소득을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마운틴듀의 매출 또한 23% 성장했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 그랑프리와 브론즈, 이노베이션(Innovation) 부문 실버, 크리에이티브 데이터(Creative Data) 부문 브론즈 등을 수상했다.
  • 레오 뭄바이가 대행한 'ACKO 재단사(ACKO TAILOR)' 캠페인은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인도 사회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인도인에게는 주치의는 없을지 몰라도, 단골 재단사는 있다. 재단사는 오랫동안 같은 가족을 상대해온 신뢰받는 익숙한 존재로, 세대를 거쳐 축적된 신체 치수 기록을 갖고 있다.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다. 재단사들은 측정값이 위험 기준에 해당할 경우 고객의 영수증에 이를 알리는 표시를 찍고, 건강검진을 권유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보험사인 ACKO를 통해 무료 심장 검진을 받을 수도 있다.

    42만4904건의 건강보험 견적 요청이 발생해 예방 중심의 관심이 실질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줬으며, ACKO 애플리케이션 또한 24만1042건 다운로드됐다.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 골드와 브론즈는 물론 다이렉트 부문 그랑프리,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골드도 차지한 캠페인이다.

    김주미 상무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동시에 기업이나 브랜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 진정성은 지역적 색깔과 결합되며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며 "이 배경에는 소비자 변화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콘텐츠가 판매를 위한 것인지,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훨씬 더 빠르게 구분한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고 공감되는 콘텐츠만 소비하고, 그 공감은 다시 비즈니스적인 성과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 또한 자동차 사업을 넘어 로보틱스, AI, 수소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스스로를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인프라와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일은 결국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심사 경험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결국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이슈 안에서 진정성을 가진 아이디어를 더 많이 찾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APAC 사례들의 힘도 로컬의 현실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한국 역시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코드에서 출발할 때 더 강한 브랜드 적합성과 진정성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이 앞으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