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TSMC 줄하락 … 패닉셀 여진 계속서버 D램·eSSD 부담, HBM4에는 오히려 긍정적메모리 업종 옥석 가리기 … 총수요 확대 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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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던진 것은 AI(인공지능) 추론의 병목을 푸는 기술이었지만 시장이 먼저 읽은 것은 공포였다. 구글의 AI 메모리 최적화 기술 ‘터보퀀트’가 공개된 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23%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10%, TSMC와 ASML, AMD, 인텔도 3% 안팎으로 떨어졌다. 메모리 효율이 높아지면 결국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즉각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하지만 이번 충격을 곧바로 메모리 종말론으로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터보퀀트는 대형언어모델 추론 과정에서 급격히 불어나는 KV 캐시를 압축해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구글과 카이스트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데이터를 6분의1 수준까지 압축하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고, H100 환경에서는 연산 속도가 최대 8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 핵심은 메모리 자체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같은 하드웨어로 더 긴 문맥과 더 많은 추론 작업을 처리하게 만드는 압축·최적화 기술에 가깝다.◇터보퀀트 공포의 본질 … 메모리 종말이 아니라 구조 재편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31일 “터보퀀트는 압축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지 메모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같은 메모리를 쓰더라도 효율이 올라가면 전체 성능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효율 개선으로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오히려 시장이 더 커지고 물량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이 때문에 시장 충격이 모든 메모리에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구글의 터보퀀트와 엔비디아의 KVTC 압축 기술이 서버 D램과 e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전망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압축된 데이터를 다시 풀어 쓰는 과정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TPU(텐서처리장치) 쪽 HBM의 추가 연산 활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그는 HBM4 기술 경쟁력이 삼성전자에 점유율 확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봤다.실제 이번에 가장 먼저 흔들린 종목군도 범용 메모리와 스토리지 진영이었다. 이는 시장이 HBM보다 서버 D램·낸드·eSSD 쪽에서 1차 충격을 먼저 읽었다는 뜻에 가깝다.◇삼전·하이닉스는 왜 다르게 보나… HBM4가 다시 부각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순 범용 메모리 업체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두 회사는 이미 HBM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다. 터보퀀트가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도, AI인프라에서 가장 연산 밀도가 높은 구간에 어떤 메모리가 남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고대역폭과 저지연이 중요한 구간일수록 HBM의 역할은 여전히 크고, 세대가 HBM4로 넘어갈수록 이 경쟁은 더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HBM 진영이 완전히 무풍지대라는 뜻은 아니다. 이종환 교수도 "압축 데이터를 다시 풀어 쓰는 과정에서 추가 연산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곧바로 특정 제품군의 절대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결국 중요한 것은 터보퀀트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채택되는지, 또 어떤 AI칩 아키텍처와 결합해 실효성을 입증하느냐다. 발표 한 번만으로 승패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더 큰 변수는 효율화가 수요를 줄이느냐, 아니면 시장을 더 키우느냐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0% 안팎 급락한 와중에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오히려 올려잡고 있다. 메모리 현물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이고, 빅테크의 AI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보다 8.27%, SK하이닉스는 6.19% 상향됐다고 봤다.같은 맥락에서 KB증권은 터보퀀트 같은 저비용 AI기술이 오히려 AI 진입 장벽을 낮춰 전체 수요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총수요가 커지는,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이 AI인프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메모리를 적게 쓰는 기술이 곧 메모리 산업의 침체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터보퀀트 쇼크는 메모리 반도체 종말론의 시작이 아니라 메모리 질서 재편의 출발점에 더 가깝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숫자 하나에 시장이 흔들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확산과 에이전트 전환 속에서 메모리 수요 자체보다 수요의 방향이 더 중요해지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