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2000만배럴 신청… 도입시차 메우려 4~5월간 운영미국산 도입까지 최대 50일 소요, '스왑'으로 공급 절벽 해소
  •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석유공사) ⓒ뉴시스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석유공사) ⓒ뉴시스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빌려주고 나중에 받는 '비축유 교환(스왑·SWAP)’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리 유조선 7척의 발이 묶이는 등 물류 대란이 가시화되자 정부가 가진 비축유를 정유사에 선제적으로 투입해 공장 셧다운을 막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비축유 SWAP 제도를 시행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제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이후 해당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동일 규모로 상환받는 방식이다. 대체 물량 확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비축유 재고를 유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유사가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이를 검토해 비축유를 제공하고, 이후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면 비축기지에 되돌려 놓는다.

    이번 조치는 대체 원유 도입까지 걸리는 시간 차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호주산은 약 14일, 중동산은 20일, 미국산은 최대 50일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공급 공백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제도는 우선 4~5월 두 달간 운영되며, 필요 시 장관 승인으로 한 달 단위 연장이 가능하다. 정산은 기본 대여료에 비축유와 대체 원유 간 가격 차이를 반영해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업계 수요도 높은 상황이다.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신청 가능 물량은 2000만배럴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한 업체는 200만배럴 규모 계약을 추진 중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은 정부 비축유를 활용해 설비 운영을 유지할 수 있어 제도 활용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중동산 비축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대응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원유 운반선 7척(약 1400만배럴 규모)이 발이 묶인 상태지만, 정부는 6월까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체 물량 확보와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홍해 항로 영향 가능성도 점검하는 한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헬륨,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 주요 품목은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 관련 원료의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등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필수 품목 공급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실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조선 등 관련 품목 중 헬륨과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수액포장제의 경우 3개월간 수급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고, 대체 공급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생필품, 핵심 산업 등 중요 품목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 및 할당관세 적용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중동 상황에 따른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 탄력세율을 인하하고, 나프타 관련 품목의 할당 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