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추세에 내달 유류할증료 급등슬롯·운수권 유지 부담에 운항 축소 어려워수요 회복 속 점유율 확보 위한 ‘생존형 확장’
  • ▲ 인천국제공항 전경 ⓒ서성진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전경 ⓒ서성진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수익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이 겹쳤지만 운항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생존을 위한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것.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4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를 이달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인상한다.

    일례로 이달 1만4600원에서 7만8600원 수준이던 아시아나항공의 유류할증료는 다음 달부터 4만3900원에서 25만1900원으로 큰 폭 오른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실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33단계 중 18단계를 기록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유 비중이 최근에는 50%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해외여행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다음 달 유류할증료를 유사한 수준으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이 LCC에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대형항공사(FSC)는 선구매나 금융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으로 유가 변동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LCC는 재무 여력과 운항 규모가 제한돼 이러한 대응이 쉽지 않다.

    유가 상승 시 비용 증가가 즉각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로, 단거리 노선 중심의 사업 구조와 가격 경쟁으로 인해 운임 인상 여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 인상만으로는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450억원의 비용이 늘어난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투자 계획 전반을 점검하고, 일부 LCC에서는 운항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발 괌·세부·다낭 노선 일부를 비운항하기로 했고, 에어로케이도 청주발 국제선 일부 노선의 한시적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에어로케이 측은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스케줄 변동이라고 공지했지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비운항을 선택하는 항공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운항을 대폭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공사들이 부여받은 운수권은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운항 실적이 없을 경우 회수될 수 있고, 슬롯 역시 국제 기준상 80% 이상 사용해야 유지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슬롯과 운수권 회수 유예 등 지원 필요성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느 때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는 항공·해운업 긴급 지원방안 등을 통해 LCC 운영자금 융자 지원과 리스 보증,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공항 사용료 납부 유예 및 임대료 감면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결국 항공사들은 수요 회복 국면에서 슬롯 확보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울면서도 노선 확대를 이어가는 ‘생존형 확장’ 전략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티웨이항공은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신규 취항하며 중장거리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파라타항공은 삿포로와 하노이 노선 취항과 함께 기단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진에어는 부산발 신규 노선을 잇따라 개설하며 거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운항 횟수 확대와 신규 노선 개설로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다.

    노선과 기단 확대와 더불어 인력 채용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은 객실승무원과 정비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노선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나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된다면 부담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계획에 변화가 없지만 향후 유가와 정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