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현금배당 … 주주친화정책 강화원가율-판관비율 감소 … 영업익 "매분기 증가" 자신매출채권-재고 부담 가중 … 직판 전환 따른 운전자본 확대이익 성장-현금흐름 괴리에 '현금화되지 않은 성장' 구조적 불안
  •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260324 ⓒ셀트리온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260324 ⓒ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단행했다. 주주환원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던졌다. 고마진 신제품 확대를 기반으로 이익 성장국면에 진입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라는 평이다.

    문제는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다른 흐름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이익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현금흐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두 지표간 괴리가 점차 벌어지는 양상이다.

    25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조715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164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주주환원율은 103% 수준으로,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강도다. 단순한 환원을 넘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1년 만에 직접 주총에 나서며 정책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점도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실적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겠다"며 "매 분기 영업이익을 1000억원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와 신제품 매출 증가를 바탕으로 매 분기 성장 흐름을 자신했다.

    성장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은 송도4·5공장 증설(18만ℓ)과 미국 브랜치버그 증설(7만5000ℓ)을 통해 총 57만1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CDMO사업 확대와 함께 글로벌 생산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6대 4로 전환하겠다"며 "글로벌 톱10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적 흐름이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1684억원으로 전년 4920억원에 비해 137% 증가했다.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올해는 1조8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성 지표 역시 뚜렷하게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13.8%에서 28.0%로 급등했다. 30%대 진입도 가시권이다.

    원가율이 11.9%p 하락하며 구조적 변화가 확인됐다. 고마진 신제품 비중 확대 효과가 본격 반영된 결과다.

    판관비 구조도 안정적이다. 절대 규모는 증가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33.4%에서 31.1%로 오히려 낮아졌다. 영업 레버리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 ▲ 셀트리온. ⓒ셀트리온
    ▲ 셀트리온. ⓒ셀트리온
    하지만 재무구조는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모두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유동비율은 10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단기 체력이 오히려 약화한 모습이다.

    매출채권 증가 속도가 특히 가파르다. 전년대비 47.3% 늘며 매출 증가율(26.0%)을 크게 웃돌았다. 매출 대비 비중도 43%를 넘어섰다. 현금화되지 않은 매출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구조다.

    재고 흐름도 유사하다. 재고자산은 증가했지만, 회전율은 2년새 139%에서 67.3%로 반토막 났다. 출하와 판매 사이 간극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패턴이다.

    부채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부채총액은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자본총액이 오히려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2년 연속 상승했다. 레버리지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구조적 전환의 결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기존 유통 중심 구조에서 직접판매 체제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유통을 내부로 끌어오면서 채권과 재고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익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마진 신제품 확대를 근거로 영업이익률 30%대 안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026년을 구조적 턴어라운드 완성 시점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재무 관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신용평가사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마진만 보면 완벽한 실적이지만, 현금흐름까지 포함하면 평가가 달라진다"며 "매출채권 증가 속도가 매출을 크게 웃도는 점은 결국 '현금화되지 않은 성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직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맞는 전략이지만, 초기에는 운전자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라며 "주주환원까지 동시에 확대하는 정책은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이익 성장 속도와 현금 회수속도 간 균형이 맞아야 한다. 한쪽이 과도하게 앞서갈 경우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과 맞물리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현금 유출과 운전자본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저마진 구조에서 벗어나 고마진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익 체력은 확실히 개선됐다"며 "이익을 실제 현금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여기서 성과가 확인돼야 구조적 성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