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소비심리 꺾여 … 유가 상승에 연쇄 인플레 우려 공시가 상승에 세금 늘고 월세 상습 압력 높아져 보유·임대 부담 확대금리 인상 가능성에 내수 하방 우려감 … 국가 총부채 6500조 돌파 딜레마
  • ▲ 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연합뉴스
    ▲ 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심리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 우려에 다시 꺾였다. 최근 가계는 물가 상승을 넘어 금리 인상 가능성, 세금 부담 확대, 주거비 상승이라는 다중 압박에 실질 소비 여력이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112.1) 대비 5.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5월(101.7)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생산비 전반을 자극하며 생활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식탁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가계의 체감 물가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농가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농산물 가격을 자극하고 있고, 유가 급등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급 차질로 옮겨 붙었다. 이에 포장재 원료 가격이 폭등해 식품업계 전반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가계는 필수 소비재 가격 상승 속에서 외식과 여가 등 선택적 소비를 줄이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내수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했던 기름값은 다소 진정됐지만, 27일 예정된 2차 고시에는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고가격이 높아지면 전국 주유소는 빠르게 기름값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2차 고시 전에도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였다.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글로벌 생산이 0.15%p 줄고 물가를 0.4%p 밀어올린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주거비 부담도 가계의 소비 여력을 짓누르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세금 부담이 월세 인상으로 이어지며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9.16% 상승하고 서울은 18.67% 급등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보유자들의 조세 부담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며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시장 안팎에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집주인들이 보유세 증가분만큼 전월세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보유'와 '임대' 모두에서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인상될 경우 실수요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려운 '이중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규 진입이 제한된 가운데 집주인이 늘어난 세부담을 전월세로 전가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추진 과정에서도 부동산 거래 위축과 '똘똘한 한 채' 선호 심화, 높아진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 장벽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부담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온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 사태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서민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대출 금리가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 위축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내수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계·기업부채를 모두 합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 6500조원을 돌파한 것도 경제 전반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경제 전반의 레버리지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 증가 속도가 두드러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6%로 1년 사이 5.0%p 뛰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계 부채 비율(89.4%)은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가계 부채 비율이 80%를 상회하면 경제 성장률 둔하와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총부채가 6500조원을 넘은 가운데 25조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면 재정건전성만 악화될까 우려된다"며 "경제는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된 구조인 만큼 보유세 등 규제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