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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국내 지수형·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7종의 보수를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374조원 규모로 커진 ETF 시장에서 보수 경쟁이 다시 불붙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전날 RISE 코스피·코스닥150 등 국내 지수형 2종과 RISE 200선물레버리지, 200선물인버스, 200선물인버스2X,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코스닥150선물인버스 등 파생형 5종의 총보수 인하를 시행했다. 지난 20일 제출한 일괄신고서 정정신고가 25일 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인하 폭이 가장 큰 상품은 코스피 200선물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3종이다. 총보수가 기존 연 0.6%에서 0.022%로 96% 넘게 줄었다. 운용보수는 연 0.549%에서 0.001%로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아졌다. 신탁업자 보수(0.02%→0.01%)와 사무관리회사 보수(0.03%→0.01%)도 각각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수형인 RISE 코스피는 총보수가 0.14%에서 0.02%로, RISE 코스닥150은 0.18%에서 0.02%로 각각 인하됐다. 두 상품 모두 운용보수가 0.001%까지 내려갔다. 판매회사 보수도 0.001%로 낮아졌고, 사무관리회사 보수는 0.02%에서 0.008%로 줄었다.
코스닥150선물 레버리지·인버스 2종은 총보수가 0.6%에서 0.32%로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신탁업자·사무관리회사 보수는 조정되지 않았고, 판매회사 보수(0.05%→0.001%)만 대폭 인하됐다.
KB운용이 이처럼 광범위한 보수 인하에 나선 것은 3~4위 점유율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약 374조원으로, 삼성자산운용(39.6%)과 미래에셋자산운용(31.9%)이 전체의 71%를 차지한다.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7.7%, 약 29조원)과 KB자산운용(7.2%, 약 27조원)이 3·4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KB운용은 지난해 2월 미국 대표지수(RISE 미국S&P500 총보수 0.0047%)에 이어 이번에 국내 지수형·파생형까지 인하 범위를 넓히면서 점유율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점유율 3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정상우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앞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인하와 관련해 "단순히 점유율만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내린 결정"이라며 "당장의 1bp~2bp 차이가 5년, 10년 쌓이면 엄청난 수익률 차이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하로 국내 지수형 ETF의 보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KB운용은 이미 RISE 200의 총보수를 0.017%까지 낮춘 데 이어 이번에 RISE 코스피(순자산 약 3천800억원)까지 0.02%로 내렸다. 반면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은 총보수 0.15%를 유지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에서도 RISE 200선물레버리지(0.022%)와 KODEX 레버리지(0.64%)의 격차가 크다.
그러나 경쟁사가 곧바로 대응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며, 3위 한투운용 역시 KB운용의 인하에 대응해 보수를 추가로 낮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B운용이 정정신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것도 눈에 띈다. KB운용은 동일 상품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두 건 냈는데, 첫 번째에는 보수 인하 내역만 담겼고 두 번째에서 '보수율 책정의 합리성과 운용 품질 영향에 관한 사항'을 별도 항목으로 추가했다.
추가된 항목에서 KB운용은 보수 인하가 운용 비용과 별개의 사안이며, 관계회사에 대한 비용 전가가 없고 이면적 보전 행위도 없다고 밝혔다. 내부 '수수료 부과 및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상품위원회 승인을 거쳐 보수를 산정했다는 점,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ETF 직접거래 환경 변화에도 품질 유지를 위한 장기 투자를 지속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운용사별 원가 산정 자료를 요구하고 사무관리회사 등 협력업체에 대한 보수 전가 여부를 집중 점검해 온 만큼, 감독 기조를 의식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