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단 인터뷰]"행동 변화를 빠르게 만들어 내야… 광고는 곧 비즈니스 솔루션""AI 시대의 이노레드, 광고대행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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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원 이노레드 공동대표. ⓒ이노레드
행동을 만들고 성과를 증명하는 광고가 주목받는 시대다. 하지만 올해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속도만이 아니었다. 결국 강한 크리에이티비티는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문화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지에서 갈렸다.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와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 부문 심사를 맡은 김태원 이노레드 대표를 만나 올해 아시아태평양(APAC) 트렌드와 한국 크리에이티브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김태원 대표가 이번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읽은 가장 선명한 키워드는 '효율성'이었다. 광고가 단순히 인식을 환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이끌어내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크리에이티비티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호주 VML이 대행한 아이케어 브랜드 1001 옵토메트리(1001 Optometry)의 '숨겨진 시력 검사(The Hidden Eye Test)' 캠페인이 대표 사례다. 맞춤형 AI 엔진과 AI 아티스트, 검안 전문가들이 함께 12개월에 걸쳐 개발한 이 캠페인은 패션 화보 스타일 이미지 안에 시력 검사용 착시를 정교하게 삽입했다. 보는 이의 시력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가 인지되도록 설계돼, 사람들은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눈 건강 상태를 자각할 수 있었다.실제 캠페인 첫 3주 동안 수천 건의 이상 징후가 진단돼 시력 검사가 126% 증가했다. 단 3만 달러(한화 약 4000만원)의 매체비로 2200만 달러(한화 약 305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창출하는 결과를 냈다. 매출 또한 134% 늘었다.이 캠페인은 다이렉트(Direct) 부문 골드, 디자인(Design) 부문 브론즈, 옥외(Outdoor) 부문 실버,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실버, 헬스케어(Healthcare) 부문 실버와 브론즈 등 총 6관왕을 차지했다.김태원 대표는 "광고를 보는 순간 바로 문제를 알게되고 시력 검사라는 행동의 이유를 만들어 냈다"며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거리가 훨씬 더 짧아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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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겨진 시력 검사(The Hidden Eye Test)' 캠페인. ⓒ스파이크스 아시아
김 대표는 이와 같은 크리에이티비티의 흐름을 '광고의 비즈니스 솔루션화'로 요약했다. 그는 "광고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에 훨씬 더 가까이 붙어 있다"며 "마케팅 솔루션으로써의 광고보다 비즈니스 솔루션으로써의 광고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또 그는 이번 심사에 브랜드 사이드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점을 언급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으로 해결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관점이 다르다"면서도 "이제는 대행사, 브랜드, 플랫폼으로 나누는 것보다 누가 소비자와 더 가까이 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김 대표는 "AI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도, 필요한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선 만큼 조직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노레드에서는 '우리가 광고회사라는 경계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광고대행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비전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라는 것이 김태원 대표의 모토다. AI와 같은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은 맥락 속에서 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런 그의 눈길을 끈 캠페인은 덴츠(DENTSU) 도쿄가 대행한 일본 제스프리의 '빠진 구절: 벤토 교향곡 완성하기(THE MISSING VERSE: COMPLETING THE BENTO SYMPHONY)'다.오랫동안 이어진 일본의 도시락(벤토) 문화에서 과일은 일상 식사가 아닌 디저트로 인식돼 왔다. 일본의 과일 소비량은 세계 최하위권이며, 3명 중 1명은 영양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제스프리는 건강에 대해 훈계하는 대신 문화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불러온 '오벤토바코노 우타'의 가사를 현대의 식생활에 맞게 다시 쓰고, '그 작은 빈 공간에 키위를 하나 넣어보세요'라는 제안을 더했다.키위를 일상 의식 속에 심어 넣음으로써 제스프리는 장기적인 브랜드 친밀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즉각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 냈다. 판매량이 역대 최고인 3400만 트레이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5% 성장한 것이다.이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그랑프리와 헬스케어 부문 브론즈를 거머쥐었다.김태원 대표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면 지속가능한 세일즈도 가능하다"며 "심사 도중 키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캠페인이었다"고 호평했다.그는 "문화를 높이는(lift) 일은 광고, 마케팅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들 중 하나"라며 "심사할 때도 두 작품이 막상막하인 경우에는 누가 더 문화를 높였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김 대표는 "APAC이라는 범주는 워낙 크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한국·중국·일본이 모두 다르다. 이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잘 인게이지할 것인지를 많이 논의하는 시간이었다"며 "문화는 과거에도 중요했고, 올해도 중요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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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쿠라 스캔(SAKURA SCAN)' 캠페인. ⓒ스파이크스 아시아
이어 그는 일본 기린 맥주(KIRIN BEER)의 '사쿠라 스캔(SAKURA SCAN)' 캠페인을 거론했다. 봄이 되면 일본인들은 벚꽃나무 아래로 모여 술을 즐긴다.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인 벚꽃이지만, 실제로는 전문가와 데이터 부족으로 벚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린 맥주는 시즌 상품인 하레 카제(HARE-KAZE)를 내놨는데, 이 캔 자체가 나무 진단 도구로 기능한다.하레 카제 캔과 나무를 함께 사진 찍으면 AI가 그 즉시 줄기 굵기와 나무껍질 건강 상태를 측정한다. 수집된 벚나무 건강 데이터는 기린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전국 1741개 지자체에 제공돼 실제 벚나무 보존 작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실제 스캔 참여는 1억9000만건으로 집계됐으며, 하레 카제는 2억캔 이상 판매되며 시즌 판매 1위 맥주에 올랐다. 이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골드를 차지했다.김태원 대표는 "마치 제가 일본 벚꽃나무 아래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심리적으로 잘 인게이지한 캠페인"이라며 "문화적 맥락은 강력한 언어다. 일본어를, 혹은 태국어를 전혀 몰라도 그 작품을 볼 때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서는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전달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시 문화 자체를 하나의 언어처럼 이해하고 활용하는, 말하자면 '문화적으로 멀티링구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한국 크리에이티브에는 과제로 남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은 즉각 연상되는 고유한 광고 톤이나 문화적 코드가 상대적으로 선명하지 않다는 점에서다.김 대표는 "한국이 굉장히 핫한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명확하게 떠오르는 문화적 언어가 무엇인지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글로벌하게 평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로컬하게 유니크해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결국 그의 철학은 다시 한번 선명해진다. 김태원 대표는 "우리 삶은 밀도가 굉장히 높다. 즉 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는 거리도 가깝다는 뜻"이라며 "더 현장으로 가고, 더 사람을 만나고, 더 문제와 부딪치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춘다면 훨씬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한편 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