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성장률 2.1→1.7% '직격' … 스태그플레이션 압력500대 기업 영업익 24% 증가 … 반도체 제외시 7% 성장 '착시 구조'에너지 쇼크, 석유화학 넘어 반도체 공급망까지 압박 … 산업 전반 충격대외의존·산업 편중 이중 취약 … 중동 리스크 장기화시 성장 방어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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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241231 ⓒ연합뉴스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개선된 모습이지만, 실질 체력은 특정 산업에 편중된 '착시'에 가깝다는 평이다.특히나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확산하면서 성장률 하향 압력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29일 현재까지도 상황은 극도로 불확실하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안을 저울질하면서도 지상전을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력 확보 차원으로도 해석되지만, 전개 양상에 따라 장기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P 낮췄다.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유지됐고, 미국은 인공지능(AI) 효과 등을 반영해 2.0%로 상향됐다.이번 조정은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선 신호로 읽힌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고 원유 및 핵심 원자재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에너지 쇼크에 직접 노출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물가 경로도 심상치 않다. OECD는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P 상향했다.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는 끌어올리는 '역방향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금리와 소비를 동시에 압박하며 실물경제 전반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이번 중동 리스크는 단순한 유가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브롬 등 핵심 소재 수급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력 산업 전반에 동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결국 OECD를 시작으로 다른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도 줄하향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씨티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고, 바클리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유가가 지금처럼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연간 0.5%P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OECD가 상당히 강한 폭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조정폭이 큰 것은 에너지 쇼크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문제는 이러한 외부 충격을 흡수할 내부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그 내용은 제한적이었다.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54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8조원으로 전년 184조원 대비 23.8% 증가했다. 외형상으로는 강한 회복세다.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흐름은 달라진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액이 전체 증가분의 78.7%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7.30%에 그쳤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저성장 국면에 가까운 흐름이다.업종별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석유화학 78.7% △제약 66.2% △IT·전기전자 54.4% △조선·기계·설비 48.5% △공기업 35.3% 등이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늘었다. 반면 운송(-43.7%), 자동차·부품(-16.8%), 상사(-10.1%) 등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수요둔화와 미국발 관세 변수 등 대외 요인이 실적에 직접 반영된 결과다.실제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어든 기업은 기아로 전년대비 3조5890억원(-28.3%)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발 관세 폭탄 여파로 현대자동차도 2조7717억원(-19.5%) 줄었다. 삼성SDI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조857억원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결국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끌고 나머지가 버티는' 구조 위에 서 있다. 외형 지표만 보면 회복세로 보이지만, 성장 기반은 제한적이다.CEO스코어 측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일부 기업 성과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착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부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결국 반도체가 만든 외형 성장 위에 중동 리스크가 덮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한 체력이 동시에 드러나는 국면이다. 반도체가 버티던 성장 착시가 걷히는 순간,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가장 먼저 흔들리는 구조임이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