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주 연속 하락·상승폭 둔화 … 서울 집값 '온도 차' 확대대출 규제에 실수요 외곽 이동 … 노도강·금관구 '키 맞추기' 본격화전세물건 감소에 '차라리 매수' 전환 가속 … 체감 공급 부족·호가 상승
  • ▲ 서울 아파트. 사진=서성진 기자. 251226 ⓒ뉴데일리
    ▲ 서울 아파트. 사진=서성진 기자. 251226 ⓒ뉴데일리
    서울 아파트시장이 전반적 상승이 아니라 지역별 재편 국면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강남권이 주춤하는 사이 강북과 외곽 지역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지역간 온도 차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이 제한된 실수요가 이동하면서 가격 격차를 좁히는 '키 맞추기' 장세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4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9%로, 전주보다 둔화했다. 지난달 넷째주 0.45%까지 확대됐던 상승폭은 이달 들어 점차 줄어드는 흐름이다. 특히 강남구는 0.14% 하락하며 4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매수 관망세 속 급매 위주 거래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눌리는 모습이다.

    반면 강북권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강북구는 0.89%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구로구 0.62% △관악구 0.57% △성북구 0.50% 등도 강세를 보였다. 지역별 흐름이 엇갈리며 시장은 혼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온도 차의 배경에는 대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강도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혼부부와 젊은 실수요층이 강남 등 핵심지 진입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중저가 지역은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은 3월 4주 기준 전주대비 0.23% 상승했고, 올해 누적 상승률은 2.4%에 달한다. 지난해 하락세였던 도봉구(1.06%)와 강북구(0.82%)도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실거래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 69㎡는 지난 15일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6억7500만원 대비 약 7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대표는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신혼부부와 젊은 실수요층이 자금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은 노원, 관악 등 외곽 지역"이라며 "2021년 전고점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만큼 가격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곽 지역 전세물건이 줄어들면서 기존 임차수요 일부가 매매로 전환되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가 '차라리 매수'로 돌아서며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노원구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전세물건이 부족해 자금을 마련해 매수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체감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세입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제한적이다. 실거주 수요가 몰리면서 호가 상승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상계주공10단지 인근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매물 상당수가 세입자가 있는 물건이라 당장 실거주가 어렵다"며 "세입자가 없는 매물은 수요 대비 부족해 호가가 오르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시장은 '강남 상승-외곽 동반 상승' 구조가 아니라 '강남 조정-외곽 상승'이라는 재배치 흐름으로 읽힌다. 가격 부담과 규제 환경 속에서 수요가 이동하면서 지역간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대출 규제 속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실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핵심 지역과 외곽간 가격 차를 줄이는 흐름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